-대구수목원의 봄이 시작되었다.
▣세상은 온통 봄이다.
어느 날은 며칠 내내 눈이 쏟아지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한파 대비에 정신이 없기도 하고. 그렇게 지난했던 시간 동안 장승처럼 버티고 서 있던 겨울이 드디어 발걸음을 움직였다. 이제야 떠날 마음이 생겼나 보다... 겨울이 떠나기로 마음먹자마자 그 자리를 순식간에 봄이 채운다. 들썩들썩 대며 봄날을 휘젓고 다니는 봄바람, 수군수군 소란스러운 꽃들의 수다. 파란 하늘 아래 알록달록 꽃들의 몸짓이 모여 모여서 봄을 만들고 있었다.
마음은 봄 따라서 와다다다 신나게 달린다.
봄의 대표 퍼스널 컬러는 연두색이다. 때로는 꽃보다 연둣빛 잎이 더 예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이른 봄 파릇하게 돋아나는 새 잎은 경이롭다. 봄바람도 봄의 대열에 발을 올린다. 그 바람에 살랑살랑 대는 연둣빛 잎. 봄의 물결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앵두꽃. 엄지손톱만큼 자잘한 흰 꽃이 지고 나면 또 엄지손톱만큼 작고 귀여운 열매가 조롱조롱 달린다. 그리고 5월의 봄 햇살에 투명한 빨강으로 익어간다.
무스카리. 보랏빛 봄의 향연이 펼쳐진다. 분홍과 노랑이 가득한 봄의 꽃밭에 보랏빛 꽃은 단연코 특별하다. 히야신스나 크로커스, 튤립처럼 가을에 구근을 심어 월동을 하고 봄에 꽃을 피운다. 주렁주렁 달린 곷송이가 땅에서 나는 포도 같다. 실제 '포도히아신스'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예쁜 꽃에 반해 실망, 실의라는 실망스러운 꽃말을 가졌다.
삼지닥나무다. 내내 삼지닥. 나무로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서야 삼지. 닥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지를 만드는 그 닥나무. 가지가 세 갈래로 나뉜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렇구나. 꽃들의 세계도 알면 알수록 신세계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저 예쁜 꽃이다. 3~4월에 잎보다 먼저 앙증맞게 노란 꽃이 핀다. 예쁘다. 달콤한 향기는 덤이다.
복수초. 이른 봄, 아니 어쩌면 겨울의 끝자락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어느 꽃보다 먼저 피어 봄을 알리는 복수초다. 아마도 마지막 주자인가 보다. 잎이 무성하다.
조팝꽃. 이른 봄 세상으로 내려온 하얀 별. 여린 나뭇가지에 총총 떴다.
개양귀비.
3월 마지막 주 즈음이면 대구수목원 수선화 언덕에 수선화가 피기 시작한다. 한두 송이만으로도 가슴이 콩닥콩닥한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노란 수선화 꽃 한 송이 앞에서 학창 시절 열심히 외우고 다녔던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가 소환된다. 곧 이 작은 언덕이 수선화로 뒤덮일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어느 날 골짜기 옆 언덕 위를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떠돌다 보았네
호숫가 나무 아래서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춤추는
황금 수선화 한 무리를
자두나무꽃.
쇠뜨기. 도대체 무엇인가? 처음 봤을 땐 많이 혼란을 주었던 식물이다. "너 이름이 뭐니?" 이렇게 묻고 싶었다. 소가 잘 먹는 풀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쇠뜨기는 꽃이 피지 않고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이다. 포자낭이 뱀의 머리를 닮아서 '뱀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자폭탄이 떨어져 폐허가 됐던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싹을 틔운 것이 쇠뜨기였다고 할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지닌 풀이다. 텃밭을 가진 사람들은 쇠뜨기와의 전쟁은 각오해야 한다.
스노우플레이크. 은방울수선화라고도 불린다. 꽃은 은방울꽃을 닮았고 잎은 수선화를 닮았다. 그래서 은방울수선화일까? '눈송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개화시기가 눈이 오지 않는 봄이어서 '여름눈송이(sommer snowflake)'라고 불린다. 뿅양한 단지 모양의 꽃잎, 그리고 꽃잎 끝에 연두색 무늬가 콕콕 박혀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청초하고 또 아름답다. 꽃말은 순수함과 아름다움이다.
대구수목원에 매일매일 피어나는 새로운 꽃들을 볼 수 있어서 매일매일 설레는 봄이다.
-대구수목원은 나의 작은 놀이터.
-어느 해 3월 대구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