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대구수목원: 3월, 봄이 오는 소리

-대구수목원의 봄이 시작되었다.

by 정온

▣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가 있다면 아마도 파릇파릇 연둣빛 새싹들이지 않을까 싶다. 이름을 굳이 알지 못해도 투명한 연둣빛 안에는 그냥 봄이 가득할 것 같다.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에 바람은 차갑지만 그래도 봄은 씩씩하게 달려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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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 새싹이다. 아침 햇살에 잎이 투명해지는 순간이다. 봄의 이미지가 연둣빛 새싹이라고 말하게 하는 건 바로 이런 그림 때문이다. 속살이 고스란히 비친다. 원추리는 꽃을 보는 식물이지만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는다. 초고추장으로 살콤살콤 무쳐내면 상큼한 맛이 식탁 위의 봄이다. 그렇게 상큼한 봄이 지나면 주황빛 화려한 꽃빛을 가진 키 큰 멋쟁이 꽃으로 피어 여름꽃의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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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목단). 모란도 새싹일 때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모든 꽃들을 꽃으로 혹은 열매로만 그 꽃을 기억하곤 한다. 화려한 색감과 큰 꽃잎의 모란만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 토실토실한 꽃봉오리 앞에서는 이름 부르기를 멈칫하게 된다. 보들한 저 봉오리가 활짝 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탐스러운 모란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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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꽃망울. 곧 전국 각지에서 산수유꽃 축제가 열릴 것이다. 대구수목원에서는 축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목원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온몸에 노란 꽃물이 들 정도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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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화. 봄을 맞이하는 꽃, 영춘화. 개나리와 흡사해 많은 사람들이 개나리로 오인하기도 한다. 꽃잎이 4장인 개나리와는 달리 영춘화는 6장의 꽃잎을 가지고 있다. 또 개나리보다 훨씬 빨리 봄을 전한다. 꽃말은 '희망'이다. 대부분 봄꽃들의 꽃말이 희망, 시작, 기대 등등 인 것은 아마도 봄이기 때문인가 보다. 봄은 겨울을 잘 버텨낸 사람에게 주는 달콤하고 아름다운 선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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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수초.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야생화 중 하나이다. 복수초는 순우리말로 '얼음새꽃'이라고 불린다. 눈 속에서도 강인하게 노란 꽃을 피우기에 붙여진 이름일 것 같다. 대구수목원에서는 3월에 꽃이 피지만 야생에서는 2월에 누구보다 먼저 부지런하게 꽃을 피운다. 때로는 폭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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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 스펀지처럼 폭닥한 꽃잎에 설탕 가루를 발라놓은 것 같다. 반짝반짝거린다. 봄에 꽃이 피면 그 향기가 천리를 간다고 하여 '천리향'이라고도 부른다. 2월 10일의 탄생화이기도 한 서향은 「꿈속의 달콤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대구수목원에서는 온실에서 볼 수 있다. 온실에는 잘 들어가지 않지만 서향이 필 때는 천리향 향기에 끌려 들어가서 작은 온실 한 바퀴를 돌며 선인장 구경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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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매서운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 수목원 온실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꽃, 히말라야바위취. 이름도 모르고 처음 보는 꽃이었는데 왠지 아주 높은 곳 어딘가에 고고하게 피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름에 히말라야가 붙어있다. 그렇구나! 이름처럼 히말라야에서 자생한다고 한다. 눈 속에 피는 꽃이라고 '설화'라고 불리기도 하고, 잎이 부채 모양을 닮았고 돌 틈에 자란다고 '돌부채'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러 이름을 가진 꽃이다. 그만큼 가진 매력이 많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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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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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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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패모.

3월 5일의 대구수목원은 이런저런 새싹들로 가득하다. 얼어붙은 겨울 땅 위에 마른 잎을 헤치고 여린 초록으로 돋아나는 새싹들을 보면 경이로움을 감추기 어렵다. 봄이 오는 소리다. 새로운 시작, 또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갖게 한다. 이른 봄 수목원 산책은 지난겨울의 나른했던 무기력을 떨쳐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봄이 시작될 즈음 수목원 산책을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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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흔히 말하는 풀꽃이다. 세상이 다 아는 그런 거창한 꽃은 아닐지라도 풀꽃도 틀림없는 꽃이다. 봄날에 살그머니 피어나 눈 밝은 누군가의 봄의 추억이 되는 꽃, 꽃다지. 꽃말은 '무관심'이다. 무관심이라는 꽃말이 꽃다지의 반향 같아서 못내 마음이 쓰인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한편에서 소리 없이 피지만 그래도 나를 알아봐 달라는 꽃다지의 소리 없는 외침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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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버들(버들강아지). 갯버들이라는 정식 이름이 있지만 나는 오랫동안 버들강아지라고 알고 있었다. 꽃에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찾기 시작하고 나서야 갯버들이라고 불러 줄 수 있었다. 보송보송 털뭉치 강아지 꼬리를 닮았다고 버들강아지라는 별칭이 붙여졌다.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가 지나면 개울가에 갯버들이 꽃망울을 터트린다. 막바지 꽃샘추위에도 아랑곳없이 한들한들 버들강아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댄다. 무엇보다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꽃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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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매화. 대구수목원의 3월은 매일매일 매화의 향연이 열린다. 짙은 분홍 꽃빛을 가진 홍매를 시작으로 백매, 청매, 수양매까지. 매화를 보러 때로는 멀리도 가지만 가끔은 수목원을 걸으며 달큼한 매화향에 취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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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수선화도 봄을 준비하려고 고개를 내밀었다. 봄이 노랑이라면 그 명제에 지대한 몫은 단연코 수선화다. 4월이면 바다가 보이는 온 언덕배기가 노랑으로 물든다. 공곶이의 풍경이었다. 어느 봄에 수선화를 보러 거제엘 갔었다. 그때 당시는 그 수선화 꽃밭에 꽉 찬 마음이 아니었고 되려 속상한 마음이 컸었는데 몇 해를 지나면서 문득문득 봄의 향연이 펼쳐지던 그 노란 수선화 가득한 꽃밭이 생각나는 걸 보면 영원히 망한 여행은 없나 보다. 이번 봄엔 공곶이에 다시 가 볼까. 하지만 일단 내 생활 반경에서 거제는 멀고 대구수목원은 가깝다. 4월이면 대구수목원 작은 언덕에 수선화 꽃밭이 펼쳐진다. 4월의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대구수목원은 나의 작은 놀이터.

-어느 해 3월 대구수목원.







아이가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일이 당연하듯 지난 20여 년 동안 대구수목원을 나만의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놀았습니다. 가끔은 느릿느릿 산책을 하기도 하고, 가끔은 가열하게 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에 남은 아름다운 기억들과 사진으로 남은 명료한 흔적들을 꺼내보려고 합니다. 꽃을 좋아하시는 분이나 수목원의 싱그러운 초록공기를 좋아하시는 분에게 오늘부터 담담하게 그려질 대구수목원 풍경들이 마음 가득한 힐링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