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 4월의 봄을 노래하다.
▣청룡산은 대구 달서구 도원동에 있는 산이며 달서구와 달성군 가창면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청룡이 머물다가 하늘로 올라가고 머물던 굴만 남았다는 전설에서 명칭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단독으로 청룡산 산행을 한 적은 없지만 대구수목원에 인파가 너무 많이 몰려 정신없었던 어느 날 인파를 피해 제6 출입문을 통해 청룡산으로 대피한 기억이 있다. 사진들은 그날 청룡산을 걸으며 담은 사진들이다.
대구수목원에서 최소 8개의 문을 통해 청룡산으로 이어지니 원하는 문으로 들어가서 산행(이라고 쓰고 그냥 산책이라고 읽는다. 그만큼 난이도 하의 산입니다)을 하고 원하는 문으로 내려오면 된다. 굳이 장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중간중간 갈림길이 많아서 힘들다면 그대로 대구수목원으로 내려오면 된다. 그날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산책을 했고 대충 3시간 정도 소요한 것 같다. 4월의 청룡산은 수목원과는 또 다른 꽃들을 보여주거니 막 돋아나는 새순들로 온통 연두연두한 모습이 싱그러웠다. 그리고 또 같은 꽃일지라도 수목원에서 가꾼 꽃과 전혀 다른 느낌이다. 야생 본연의 모습으로 피어있다. 야생화를 보기 위해 산천지를 돌아다니는 그런 꽃작가들의 눈에 들만한 산은 아니지만 나름 심심하지 않을 만큼 꽃들은 있다. 다행이다.
그냥 봄이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연두색 새 잎은 투명하다. 기분 좋은 풍경이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돌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청룡산이 시작된다.
4월의 봄 풍경. 산길은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걸음으로 트레킹 하기 좋게 잘 만들어져 있다. 전혀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 공기마저도 초록일 것 같은 4월의 이 봄풍경을 어쩌면 좋을까.
참나무. 우리나라 산에 자라는 대표적인 나무 중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소나무다. 아무튼 이 참나무도 종류가 많다. 떡갈, 졸참, 신갈, 갈참, 굴참, 그리고 상수리나무. 이렇게 6종류다. 참나무 종류의 열매를 보통 도토리라고 부르지만 상수리나무 열매는 특별히 '상수리'라고 부르며, 경북 지역에서는 '꿀밤'이라고 부른다.가을이면 떨어져 굴러다니는 도토리만 봤었던 나는 이렇게 여린 연둣빛 잎이 움트는 4월의 참나무가 마냥 신기했다.
노란 별처럼 반짝이던 아이, 양지꽃이다. 행복의 열쇠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양지꽃도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나도양지꽃이니 너도양지꽃이니 솜양지꽃 등등 어떻게 구분을 할 수 있을까. 그냥 예뻐만 하자.
대구수목원 내에서 볼 수 없었던 각시붓꽃을 이렇게 청룡산 자락에서 만났다. 황토길, 소나무길, 참나무길, 아까시길 등등 멋진 이름이 붙여진 길들이 이어지는데 그 길을 모두 걷는 동안 군데군데에서 보랏빛 조명 밝힌 듯 피어있었다.
청미래덩굴. 경상도 지역에서는 명감나무, 전라도에서는 종가시덩굴, 황해도에서는 매발톱가시, 강원도에서는 참열매덩굴이라고 부르는데 통상적으로 망개나무라고 부른다. 청미래덩굴잎으로 싼 떡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망개떡이다. 망개떡을 싼 잎만 봤었는데 이런 꽃이 피고 초록의 잎은 이렇게 생겼구나.
반디지치. 이렇게 예쁜 아이가 있다니! 처음 만난 꽃이다. 이름도 모르는 꽃이었지만 '세상에 아름다운 것은 다 블루'라는 말도 있듯 인디고블루 컬러의 작고 앙증맞은 이 아이 앞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정신 나간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나. 나중에 검색으로 알아낸 이름은 반디지치. 이름마저도 오묘한 푸른빛과 어울린다.
큰구슬붕이.
따로 이름이 붙여져 있지는 않았지만 철쭉길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나는. 나무울타리를 감싸며 연분홍 철쭉이 와르르 피어 있었다. 울타리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온통 초록이고 가만 서 있으면 초록바람이 나를 흔들고 지나간다. 저 계단을 오르면 솔향이 가득했던 소나무길이 시작된다.
제비꽃. 제비꽃은 어디에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인데 이 청룡산 자락에서 만나는 제비꽃은 왜 색달라 보이는 거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비단 사람에 국한되는 말은 아닌가 보다. 제비꽃도 어디에서 피는가에 따라 이렇게 예쁨의 정도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걸 보면. 아파트 화단에서 보는 키 작은 제비꽃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침박달. 수목원 에도 나무들이 많고 꽃 피는 계절에는 어김없이 꽃이 피지만 아무래도 올망졸망한 화초들보다는 시선을 보내기가 어렵다. 일단 나무들은 키가 크니 꽃을 눈높이에서 보기가 어렵다. 아예 키가 작은 꽃들은 앉아서 보기라도 하지.. 아무튼 가침박달나무도 1~5m까지 자란다고 한다. 다행히 이 나무는 1m 정도에서 자라는 중이어서인지 꽃을 보기에 딱 좋은 높이였다. 새로운 꽃을 알게 되는 일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이다.
나뭇잎 표지판도 예쁘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단풍터널. 지금 싱그러운 초록잎들도 예쁘지만 단풍이 붉게 물드는 가을엔 아주 멋진 길이 될 것 같다.
「봄 안의 가을.」이라고 쓰긴 했지만 진짜 가을 풍경은 아니다. 사시사철 가을인 홍단풍 한그루를 만났을뿐이다.
이팝나무숲. 숲이라는 말은 색깔로 표현하면 틀림없는 초록일 것이다. 그리고 숲! 하고 뱉어내면 예쁜 초록나비가 팔랑팔랑 날아다닐 것 같다. 여기 이팝나무 작은 숲이 있다. 5월이면 자잘한 하얀 꽃이 핀다. 5월 봄바람에 하얀 꽃잎 날아다니는 숲이 되겠구나.
수목원 주차장에 가득한 버스들. 이 복잡함을 피해서 청룡산 자락으로 대피한 거였는데 결론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산행이었다.(이걸 보고 전화위복이라고 하지요!)
꽃마리, 꽃받이, 봄맞이꽃, 그리고 참나리와 탱자나무가 있는 봄 산, 청룡산을 걸었다.
-대구수목원은 나의 작은 놀이터.
-어느 해 4월 대구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