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대구수목원: 4월의 봄 이야기.

-대구수목원 4월의 봄을 노래하다.

by 정온

▣4월은 그야말로 연둣빛 세상이다. 그 사이사이에 알록달록 꽃빛이 스며있다. 철쭉의 화려함. 튤립의 아기자기함. 수선화의 청초함. 양귀비의 익숙함. 모란의 강렬함. 죽단화의 화사함. 등등 셀 수도 없이 많은 꽃들이 피고 진다. 4월, 대구수목원에는 많은 꽃들이 피고 지고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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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철쭉 꽃무덤에 갇히고 만다. 색깔도 가지각색이다. 원래 철쭉색이라는 고유명사도 있듯 진분홍을 비롯하여 흰색, 연분홍, 주홍색, 노란색..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올해 알았다.

오가며 보고 또 보아도

조금도 싫증 나지 않네.

-철쭉에게/정연복.


내 마음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옮겨놓은 시를 발견했다. 세상에는 이렇게 같은 마음이 있구나. 비록 이렇게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할 능력이 없다는 게 아쉽지만 대신 표현해 주는 이가 있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면 될지도,,

그날 대구수목원의 키워드는 단연코 철쭉이었다. 정연복 시인처럼 나도 그랬다. 정말이지 올해 알았다. 철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그렇지만 사실 조금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름답다기보다는 군락으로 있으니 화려한 색의 향연에 시선을 끄는 꽃이라는 생각이랄까. 함께 해서 아름다운 꽃. 아무튼 올해의 대구수목원 철쭉 동산은 나의 눈길을 끄는 것에 성공했다.

그런 철쭉 동산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는 아기자기 귀염뽀짝한 튤립 꽃밭이 있다. 그리고 이름은 모르지만 괜히 흥미로운 나무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보기도 하며 4월의 어느 아침, 대구수목원을 걸었다.






모감주숲.

초여름이 되면 노란 세상이 된다. 6,7월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불쑥불쑥 노란 꽃으로 뒤덮인 나무들의 군락을 보게 되는데 모감주나무다. 태안 안면읍 방포해안에 400여 그루의 모감주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서너 그루만으로도 꽃세상이 되는 나무인데 400그루라니, 가히 상상이 힘들다. 모감주나무는 꽃도 꽃이지만 꽃 지고 나면 꽈리 같은 열매가 달리는데 주머니 모양으로 초록색 모감주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 또한 꽃 필 때의 모감주나무 못지않게 매력이 있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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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 꽃과 열매.






이른 봄, 청순한 순백으로 피는 목련 꽃도 예쁘지만 나는 그보다 꽃 지고 나면 돋아나는 연두연두한 이파리가 더 좋다. 더 예쁘다. 햇살이 연둣빛 잎을 통과할 때의 그 투명한 반짝임.






나는 단연코 플라타너스 어린잎을 본 적이 없다. 사실 플라타너스 나뭇잎에게도 이렇게 예쁜 리즈 시절이 있으리라는 걸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처음부터 도둑놈 손바닥만 한 넙데데한 잎인 줄 알았다. 누구에게나 어리고 젊은, 그래서 찬란하게 반짝이던 시간은 있기 마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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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나무. 꽃 사진을 찍다 보면 새는 당연하거니와 때때로 곤충에게도 카메라를 들이밀게 된다. 나무 또한 그렇다. 꽃과 나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이다. 마치 처음부터 세트였던 것처럼 늘 함께 하는 사이다. 아무튼 꽃 이름도 어렵지만 세상에 나무 이름만큼 어려운 것이 어디 있을까 싶을 만큼 나무 이름은 정말 어렵다. 그 나무가 이 나무 같고 이 나무가 그 나무 같다. 그 와중에 주엽나무는 이렇게나 독특하다. 그래서 이름을 모를 수가 없다. 나무조차 이러한데 사람은 오죽하랴. 무엇으로든 튀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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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그래도 겹황매화 군락이다. 모여 피어야 예쁜 꽃이 있다. 겹황매화(죽단화)도 그렇다. 오렌지색에 가까운 노랑 겹꽃이 와글와글 모여 피어있는 길 위에서는 반드시 걸음을 멈출 일이다. 공원이나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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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가 익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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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도 익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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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도 익어가는 4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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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나무. 잎은 너무 크고 꽃은 여리고 작다. 커다란 잎 아래에 숨어 살그머니 핀다. 그래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꽃 피는 시기를 맞추기도 힘들거니와 잘 보이지도 않아서 못 보고 지나가는 봄이 허다하다. 잎 모양이 박쥐의 날개를 닮았다고 박쥐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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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나무 꽃. 꽃잎이 뒤로 또르르 말려있는 모습이 귀엽다. 꽃은 거꾸로 보면 케이크에 초를 꽂아둔 모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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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만 예쁜 게 아니다. 우리는 흔히 꽃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이 있는 계절을 사랑하고 꽃이 피어있는 때에 열광한다. 하지만 꽃 진 후, 때로는 꽃 보다 먼저 수줍게 인사하는 잎은 꽃 못지않게 예쁘고 어쩌면 그보다 더 사랑스러움을 시전 하기도 한다. 히어리도 잎이 사랑스러운 나무다. 히어리 잎을 우연히 보게 된 날 이 연두연두한 이파리에 마음이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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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나무. 초여름에 나무에 피는 꽃이 튤립을 닮았다고 튤립나무라고도 부른다. 가을에는 연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단풍이 드는데 예쁜 단풍 둘째가라면 섭섭할 만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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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단풍과 붉은 철쭉이 한데 어우러져 온통 붉었던 철쭉원 입구.

붉은 공간에서 붉은 시간이 시나브로 흐르던 4월의 봄.



-대구수목원은 나의 작은 놀이터.

-어느 해 4월 대구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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