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를 보자마자 밤나무 골짝 가는 길 끝집 뚱땡이 아줌마의 첫마디는 늘 같았다.
마치 녹음이라도 한 것처럼, 그 말은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별이야~ 우리 별이는 저기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
웃으며 던진 말이었다. 농담이라는 걸 모를 리 없는 어른의 표정이 더 속상하다.
하지만 그 말은 별이의 가슴에 곧장 꽂혔다.
날카로운 가시처럼, 빼내지도 못한 채 그대로 박혀 버렸다.
아줌마는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별이, 다리 밑에서 주워 온 거 알제?”
같은 말을, 다른 날에도. 또 다른 날에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별이의 얼굴은 금세 달아올랐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부풀어 올랐다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아팠다.
아직 그 감정의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별이는 분명히 느꼈다.
이건 장난이 아니라고.
“아줌마, 미워!! 우리 집에 오지 마요!”
별이는 소리를 질렀다.
아직은 얇고 어린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오래 꾹꾹 눌러 두었던 서러움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말을 뱉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마치 큰일을 저질렀다는 것처럼, 그리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처럼.
아줌마는 애호박이 예쁘게 열렸다며 엄마를 주려고 들른 길이었다.
잠깐 들렀다 가는 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아줌마는 늘 별이의 이름부터 불렀다.
언니도, 동생도 아닌, 꼭 별이만.
별이는 그 아줌마를 밀어낼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입을 꾹 다문 채, 삐친 얼굴로 볼멘소리를 냈다.
“흥! 아줌마는 왜 맨날 내 이름만 불러요? 내가 아줌마 딸이에요?”
말을 하고 나서야 별이는 알았다.
자기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고 있다는 걸.
들킬까 봐, 그 떨림이 소리로 새어 나올까 봐 괜히 숨을 참았다.
처음엔 울었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몇 번을 울고 나서 별이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아무리 속상해도,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울면 지는 것 같았고, 울면 정말로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줌마는 그 다짐 따위는 모른 채 또다시 말했다.
“아콩, 별이 좀 봐! 얼굴이 퉁퉁 부었네.
엄마가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안 하제?
넌 우리 동네 다리 밑에서 주워 왔엉!”
웃음 섞인 목소리였다.
강조에 강조를 더한 말.
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줌마, 미워. 빨리 가요.”
뚱뚱한 아줌마가 집에 오는 게 싫었다.
엄마와는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잘 지내고, 이것저것 좋은 것을 가져다주니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유독 별이에게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아팠다.
이상한 건 언니나 동생에게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왜 나만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왜 나만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가 되는지,
별이는 묻지 못했다.
엄마에게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혹시라도, 그 말이 진짜일까 봐.
별이는 집 모퉁이, 햇볕이 드는 쪽에 쪼그리고 앉았다.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는데, 또 울고있다.
바닥에 떨어진 눈물을 내려다보니 발아래에서 까만 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눈물에 맞아 우왕좌왕하는 까만 점.
별이는 훌쩍이며 눈물을 손등으로 슬쩍 훔쳤다.
그리고 가만히, 아주 가만히 그 작은 생명들을 들여다보았다.
눈물이 눈에 가득 고여 있어서 까만 점처럼 보였던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개미였다.
“어머나.... 세상에나, 이게 뭐람?”
혼잣말처럼 새어 나온 목소리였다.
방금 전까지 울음으로 가득 차 있던 눈동자가,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씩 빛을 되찾았다.
흐릿하던 세상에 윤곽이 생기고, 살아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고 바쁜 생명들이었다.
그 존재를 알아본 순간, 별이의 눈망울도 함께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