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꽃이 되고 싶었던 날들

by 글향기

먹이를 머리 위에 이고 힘겹게 옮기는 개미가 보였다.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부스러기를 들고, 넘어질 듯 말 듯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떤 개미는 줄에서 이탈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빙글빙글 같은 자리만 맴돌았다.

누군가의 발끝에 휩쓸려 방향을 잃은 듯했다.


별이는 배를 땅에 붙이고 엎드린 채 한참 동안 말없이 그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숨소리조차 들키지 않으려 입을 꼭 다문 채였다.

그때 문득,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이 이리저리 헤매는 개미도 있었다.

별이는 한참을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개미들은 좋겠다.

누가 어디서 데려왔느냐 묻지도 않을 테고,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말을 아무도 하지 않을 테니까.

누가 더 예쁘다, 못생겼다 비교당할 일도 없을 테니까.

다 똑같이 생겨서, 다 똑같이 살아가니까.

“개미야"

별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바람에 섞이면 사라질 만큼, 혹시라도 누군가 들을까 봐 말이 아닌 숨처럼 흘려보냈다.

"난 네가 부러워.”

손가락 끝으로 땅을 살짝 긁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너희는 다 똑같이 생겼잖아.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말하는 뚱땡이 아줌마도 없잖아.

얼마나 좋아.”

잠시 말을 멈췄다.

목 안쪽이 괜히 따끔거렸다.

별이는 고개를 더 숙인 채 마치 개미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칫.... 나도 개미면 좋겠다.”

그렇게 별이는, 조그만 생명을 부러워했다.

자기보다 훨씬 작은 존재가 자기보다 훨씬 자유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몹시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별이야!!”

아줌마의 목소리가 담 너머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별이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생각할 틈도 없이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별이는 본능처럼 몸을 숨겼다.

마치 숨을 곳이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뒷마당으로 달려가 꽃밭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짧은 치마 자락을 끌어당겨 무릎을 덮고,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여기 있으면 안 보여.”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별이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소리를 죽여 훌쩍거렸다.

눈물이 떨어질까 봐 손등으로 급히 눈을 문질렀다.

그날 별이의 발밑에는 채송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한낮의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조그만 얼굴을 활짝 벌린 채 마치 웃고 있는 것처럼 환했다.

별이는 울음을 멈춘 채 그 꽃들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꽃들은 좋겠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늘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가만히 있어도 예쁘다고 불려지고, 사람들이 괜히 불러 세워 상처 주는 말은 하지 않으니까."

꽃은 태어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의 선택인지 증명할 필요도 없으니까.


별이는 생각했다.

자기도 꽃이면 좋겠다고.

예쁜 꽃이라면, 다리 밑 이야기를 들을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별이는

개미가 되고 싶은 날도,

꽃이 되고 싶은 날도

아무 말 없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 두며 자랐다.

그리고 그 마음들은

아무도 모르게,

별이의 가장 안쪽에서 아주 오래, 아주 오래 남아 있었다.

지워지지 않은 채로.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