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가 다섯 살 때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아니 생생한 사건들로 기억에 또렷하다.
그해(1973년) 3월 1일이 되었다. 삼일절이라 대문에 태극기가 꽂혀 있었다.
별이네 집은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좋은 날이었다.
해가 질 무렵 엄마는 엄마방에서 꼼짝도 안 하고 계셨고, 외할머니와 외숙모, 당숙모가 부엌에서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펄펄 끓이고 있다. 다들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지 별이는 어렸지만 다 알고 있었다. 모두들 긴장된 얼굴빛이었음을 별이도 다 알 수 있었다. 바로 동생이 태어나는 날이다. 여동생이 있는데, 또 동생이 태어나기에 모두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언니와 별이 그리고 여동생 딸 셋만 쪼르르 있기에 할머니가 맨날맨날 하던 말이 생각났다.
"에구에구 우리 별이가 아들로 태어났으면 월매나 좋아."
이미 태어난 걸 어쩌라고 그 말은 맨날 하는지? 기분 나빴다. 아니 너무 속상해서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외할머니는 더하셨다. 우리 집에서 다리만 하나 건너면 외갓집이었기에 외할머니가 가끔 오셨다. 오실 때마다 별이만 보면 아니 별이를 따라다니면서 말씀하셨다.
"별이가 아들이었어야 했는데, 고추만 달고 나왔으면 얼마나 좋컷냐고."
"할머니, 난 별이에요. 난 딸이라고요."
이미 여자, 남자 구별이 분명한 별이였다. 어린 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 말인 줄 아무도 몰랐다. 다행히도 엄마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너무도 고맙고 좋았다.
이제 막 봄기운이 돋아나는 3월 첫날 해가 뉘엿뉘엿 넘어 가려는 무렵이었다. "으아앙아앙~~~!!!!"
우렁찬 울음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아니 아기 울름 소리는 온 동네로 퍼져 나갔다. 부엌에서 엄마방으로 왔다 갔다 하시던 외숙모께서 엄마 방에서 나오면서 입가에 웃음 가득 채워 소리치셨다.
"아들, 아들!! 아들이네요." 세 번씩이나 아들이라고 외쳤다.
어린 별이는 그 소리가 너무도 기뻤다. "아들이래, 아들이래~~ 아앙~~!!"
별이의 눈에선 커다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누구보다 기쁘고 좋았다. 남동생이라니 너무너무 기뻐서 혼자 뛰면서 마구마구 소리 질렀다.
"아들!!! 우리 엄마가 아들을 낳았어." 별이는 세발자전거를 타다가 두 손을 번쩍 올리며 세상 다 가진 듯 큰 소리로 외치고 외쳤다. 아들이라는 말에 별이는 이제 "네가 아들로 태어났어야 했는데~"라는 말을 안 들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기쁘고 좋았는지 모른다.
그날부터 하늘색 커다란 대문 앞에는 새끼줄에 빨간 고추가 매달려 있었다. 금줄이라고 했다. 아기가 태어났으니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였다. 별이는 그 새끼줄에 달린 빨간 고추가 고마웠다. 엄마가 아들을 낳았고, 이제 남동생이 생겨서 별이가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안 들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기는 키도 크고 머리도 까맣고 이제 막 태어난 아기 같지 않았다. 특히 눈이 엄청 커서 우리 집 황소 같았다. 별이는 남동생이 너무 좋았다. 별이 마음엔 아기가 남자라는 사실이 그렇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별이 동생 남동생은 엄마 젖도 먹고, 분유도 먹었다. 어찌나 잘 먹는지 분유통이 한 자루, 두 자루 쌓이고 쌓였다. 엄마는 분유 먹이는 게 자랑 아닌 자랑이신 듯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골에서는 아기들이 모유 먹고 자랐기에 분유통 보기는 쉽지 않았다.
남동생은 잘 먹고 잘 잤고, 잘 싸고 잘 놀았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다. 별이는 동생이 너무 좋았다. 동생이랑 놀아 주면서도 별이는 태어난 아기가 그냥 남동생이어서 행복했다. 남동생만 보아도 싱글싱글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