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에.... 2편

아무에게도 묻지 못한 말

by 글향기

별이를 보자마자 아줌마의 첫마디는 늘 같았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 말은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별이야~ 우리 별이는 저기 동네 입구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

웃으며 던진 말이었다. 농담이라는 걸 모를 리 없는 어른의 표정.

하지만 그 말은 별이의 가슴에 곧장 꽂혔다.

날카로운 가시처럼, 빼내지도 못한 채 그대로 박혀 버렸다.

아줌마는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별이, 다리 밑에서 주워 온 거 알제?”

같은 말을, 다른 날에도. 또 다른 날에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별이의 얼굴은 금세 달아올랐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부풀어 올랐다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아팠다.

아직 그 감정의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별이는 분명히 느꼈다.

이건 장난이 아니라고.

“아줌마, 미워!! 우리 집에 오지 마요!”

별이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직은 얇고 어린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오래 꾹꾹 눌러 두었던 서러움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말을 뱉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마치 큰일을 저질렀다는 것처럼, 그리고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처럼.


아줌마는 애호박이 예쁘게 열렸다며 엄마를 주려고 들른 길이었다.

잠깐 들렀다 가는 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아줌마는 늘 별이의 이름부터 불렀다.

언니도, 동생도 아닌, 꼭 별이만 불렀다.

별이는 그 아줌마를 밀어낼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입을 꾹 다문 채, 삐친 얼굴로 볼멘소리를 냈다.

“흥! 아줌마는 왜 맨날 내 이름만 불러요? 내가 아줌마 딸이에요?”

말을 하고 나서야 별이는 알았다.

자기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고 있다는 걸.

들킬까 봐, 그 떨림이 소리로 새어 나올까 봐 괜히 숨을 참았다.

처음엔 울었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몇 번을 울고 나서 별이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아무리 속상해도,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울면 지는 것 같았고, 울면 정말로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줌마는 그 다짐 따위는 모른 채 또다시 말했다.

아휴~ 별이 좀 봐! 얼굴이 퉁퉁 부었네.

엄마가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안 하제?

넌 우리 동네 다리 밑에서 주워 왔어!”

웃음 섞인 목소리였다.

강조에 강조를 더한 말이었다.

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줌마, 미워. 빨리 가요.”

뚱뚱한 아줌마가 집에 오는 게 싫었다.

엄마와는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잘 지내고, 이것저것 좋은 것을 가져다주니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유독 별이에게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아팠다.

이상한 건 언니나 동생에게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왜 나만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왜 나만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가 되는지,

하지만 별이는 묻지 못했다.

엄마에게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혹시라도, 그 말이 진짜일까 봐.

별이는 집 모퉁이, 햇볕이 드는 쪽에 쪼그리고 앉았다.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눈물을 내려다보니 발아래에서 까만 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눈물에 맞아 우왕좌왕하는 까만 점들.

별이는 훌쩍이며 눈물을 손등으로 슬쩍 훔쳤다.

그리고 가만히, 아주 가만히 그 작은 생명들을 들여다보았다.

눈물이 눈에 가득 고여 있어서 까만 점처럼 보였던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개미였다.

“어머나… 세상에나, 이게 뭐람?”

혼잣말처럼 새어 나온 목소리였다.

방금 전까지 울음으로 가득 차 있던 눈동자가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씩 빛을 되찾았다.

흐릿하던 세상에 윤곽이 생기고, 살아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고 바쁜 생명들이었다.

그 존재를 알아본 순간, 별이의 눈망울도 함께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