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굴 닮은 걸까?
별이는 딸 많은 집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들려오던 말들은 축복이라기보다, 늘 아쉬움에 가까웠다.
“아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아.”
“건강한 게 딱 장군감인데.... 쯧쯧, 아쉽네.”
“고것이 딱 고추를 달고 나왔어야 했는데.”
어른들이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은 별이의 귀에 너무도 자주 박혔다. 처음엔 그저 어른들 특유의 말버릇쯤으로 여겼지만, 말은 반복될수록 마음에 자국을 남겼다.
별이는 얼굴이 통통했고, 뼈대가 굵었다. 씩씩하고 튼튼해 보인다는 말은 칭찬처럼 들렸지만, 그 말 끝에는 늘 ‘사내아이 같네’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별이는 자신이 여자아이로 태어난 것이 어딘가 어긋난 일처럼 느껴졌다.
큰언니, 오빠 그리고 바로 위로 작은 언니가 있었고, 여동생과 남동생이 줄줄이 있었다. 가족 안에서 별이는 늘 가운데에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중심에 있지는 못했다.
작은 언니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키가 큰 것은 아버지를 닮았고, 예쁘고 좋은 것은 다 엄마를 닮았다. 머리도 너무 좋아 공부도 참 잘했다. 피부는 뽀얗고, 몸은 날씬했다.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에 조용한 성격까지 더해져, 누가 보아도 보호해 주고 싶은 아이였다. “참 예쁘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고, 어른들의 시선은 늘 별이의 작은 언니에게 머물렀다.
세 살 어린 여동생은 그보다 더 예쁘고 귀여웠다. 엄마를 빼다 박은 얼굴에, 웃기만 해도 주변이 환해졌다. 계란형 얼굴에 고운 이목구비까지. 작은 언니와 여동생은 나란히 서 있기만 해도 ‘엄마 딸’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 사이에서 별이는 늘 혼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누굴 닮은 걸까.’
‘예쁜 엄마를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눈도 코도 입술도, 얼굴 모양도, 하나쯤은 닮을 수 있었잖아.’
그 생각들은 늘 혼잣말로만 삼켰다. 누가 들을까 봐, 들키면 더 초라해질까 봐, 아주 작은 목소리로만 자신에게 말했다. 그렇게 별이는 조금씩, 이유도 모른 채 우울해졌다.
동네 끝 밤나무 골짜기로 가는 길목, 끝집에 사는 아줌마는 별이네 집에 자주 들르곤 했다. 그 아줌마는 올 때마다, 의도치 않게 별이의 마음을 푹푹 찔렀다.
어느 늦여름 아침이었다. 아직 햇살이 완전히 뜨겁지 않던 시간, 매미 소리가 우렁차게 울리고, 마당을 스치는 바람에 빨랫줄이 살짝 흔들리던 때였다.
“별이야!!”
우렁찬 목소리가 집 앞에서 울렸다.
‘누구지?’
동네 사람들은 보통 엄마를 부를 때 큰언니 이름, 소망이를 먼저 불렀다. 그런데 그 아줌마는 달랐다. 유난히, 꼭 집어 별이를 불렀다.
별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이름이 불릴 때마다, 자신이 어떤 얼굴로 서 있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