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안녕하세요. 화요일입니다!

1st 일단 시작!

by 늘품이

몸이 이렇게 피곤한데 아직 화요일이라니!


시간이 멈춘 기분이다.

화요일은 퇴근 시간마저 너무 더디게 오는 것 같다. 이때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강렬할 때이다. 내 인생을 이렇게 지루하고 평범하게 시간에 딸려 흘려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당장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다짐이 초절정으로 강렬해진다.


'이젠 다시 슬슬 준비하자!'


이러한, 이러한 이야기를 써봐야지! 일단 몇 가지 에피소드를 준비해 놔야지, 다시 할 수 있을까? 아니해야지! 머릿속에 오만가지 시뮬레이션을 그려본다. 그러나 주말이 가까워질수록 그러했던 다짐은 집안일에 밀린다. 집안일은 틈이 없고 생각이란 것을 잠시 정지시킨다. 그리곤 의지 없이 막 노동을 하게 한다. 당연히 그러했던 다짐은 초기화된다.


놀랍거나 실망스럽지도 않다. 나란 사람이 이렇게 의지가 박약하고 감정은 기복에 놀아나며 포기는 식탐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지닌 그런 사람이다. 다시 글을 써보다는 생각과 계획만 10년을 했다. 생각은 완벽하고 강렬했지만 행위는 한없이 무력했다.




중딩병과 예술병이 함께 공존하던 시절.

'독일인의 사랑' 정도는 읽어야 했고 내용의 깊이는 몰라도 엔딩에 눈물 한 방울 정도 흘려줘야 이 독서가 폼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었다.


영화? 영화는 프랑스지!

물론 기억에 남는 영화는 없다. 그나마 제목이라도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르 빠르망! 정도.


그 시절, 그때는 왜 그렇게 다른 애들과 달라 보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다르다기보다는, 내가 심적으로 얼마나 우위에 있는가를 과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친구들이 하는 것들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그저 더 심오하고 더 어려운 것에만 집중했던 시절이었다.


유유상종은 과학이라더니!

그때 친했던 친구 중에 진짜 강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니체를 사랑한다고 했다. 황홀경과 존경심의 그 중간쯤에서 허우적거리던 모습이 기억난다.


'뭐라고? 니체를? 사랑? 헉! 쑈 하는 거 아니야? '


여하튼 그 친구가 강력하게 추천해 준 영화 중에 끝까지 보지 못했던 영화가 있었다. 끝까지 보지 못한 다는 것은 내가, 친구가 나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것인데......


'런. 내가 졌다.'


영화의 반도 도달하지 못하고 비디오테이프를 꺼내버렸다. 물론 감상에는 완벽하게 실패했지만 오랜 여운의 한 장면은 있었다. 여운인지 기가 차서였는지도 모를 감정이지만 어찌 되었건 오랫동안 기억 남는 영화가 된 것은 사실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고 30여 분간 (실제로 시간은 모르겠지만 나의 체감상 30분 이상이었다) 씬 변환 없이 할아버지와 소년이 별스럽지 않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어느 순간 대화 내용마저 귀에 들어오지 않고, 같은 생각만 반복되었다.


"뭐지? 이게 뭐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결국 그 한 씬을 넘기지 못하 포기해 버린 것이었다.


그 장면 안에서 노인이 소년에게 같은 시간에 변기에 물을 넣는 이야기를 해주는 데, 오랫동안 각인된 부분이다. 유일하게 각인된 부분이기도 하다!

아마도 같은 일을 반복하면 그 행위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던 이야기였다.


변기에 물!


요즘처럼 저 이야기가 이렇게 생각이 많이 난 적이 없었다.


꿈은 실패했고, 포기는 언제나 성공했으며. 연령대는 늦었다고 생각하기 좋은 딱! 그런 나이에 있다.


이제 와서 무엇을 하려고, 무엇을 쓸 수 있다고. 행여 쓴다고 한 들 뭐가 달라지겠니!라는 생각 역시 10년째 하고 있는 중이다.


결혼 전 꿈을 꾸던 나는 꿈을 꾸는 것만으로 내 인생은 찬란했다.

결혼 후 나는 꽤 잘 살고 있다, 아이들도 잘 키워놨다. 그럼에도 언제나 매일의 하루는 버티는 날이다. 없이 역할을 해내고 있음에도 충만한 하루가 없이 늘 갈증이 난다.


그래서 뭐라도 해보자 함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버텨 또 10년을 맞이하면 탈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써보자!

변기에 물을 부어보자!

나는 시작한다!


그 영화의 제목은 "희생"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똑같은 행위를, 의식처럼, 변하지 않게, 체계적으로 한다면 세상은 변화할 거야.

예를 들어 일곱 시 정각에 일어나서 화장실로 가서 수도꼭지에서 물한 컵을 받아 변기에 버리는 거야.

그걸로 충분해"


*스틸출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