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주미 강 바이올린 리사이틀
구월 첫날 저녁에 더없이 어울리는 무대라고 썼다가
음악이 저녁 바람에 서늘함을 숨겨 넣었다고 고쳤다.
BAC(부천아트센터) 프라임 클래식 시리즈로 기획된
구월 첫 무대는 클라라 주미 강의 바이올린 리사이틀.
그녀가 선택한 피아노 반주자는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2년 전 관람했던 그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연주를
떠올리며 두 예술가의 호흡을 기다렸다.
‘악마의 트릴’로 널리 알려진 타르티니의 바이올린 소나타로
먼저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어서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쇼송의 ‘시’ 그리고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주었다.
악마의 트릴 도입부와 수미상관을 이루고 있는 듯한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4악장 Allegretto poco mosso.
늦여름과 초가을처럼 다르면서도 같은 느낌.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에게 결혼식 아침에 선물로 주어
예식 중에 초연을 가졌다는 프랑크 음악에 귀를 맡긴다.
온몸에 가을 햇살이 뿌려진다. 빛의 풍요로움에
둘러싸인다. 망각의 빛살에 빨려 들어간다.
잊을 게 많아 음악을 듣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다시 처음 마주할 때처럼 듣기 위해.
포레와 비에니아프스키, 헨델의 음악을 앙코르로 선사했다.
저녁 바람에 숨은 서늘함이 고스란히 활에 스며들어
화려한 기교로 드러나는 보잉.
현과의 마찰에서 계절이 잉태하는지도 모른다고
비에니아프스키 ‘스케르초 타란텔라’는 말했다.
클라라 주미 강의 리사이틀을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다.
같은 프로그램의 공연을 9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앙코르 박수마저 그치고 나면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