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록 (오늘도 회사 일이 없는 건 안 비밀)
마켓 컬리에서 신선한 식재료가 어제 온 만큼 오늘은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고 싶었다. 요리라기엔 거창하다. 엄마가 싸준 미역국, 오뚜기에서 나온 잡채 라면에 파치계(파송송치즈계란말이)를 할 예정이었다. 그렇다. 네이밍에서도 애정이 뚝뚝 흐르는 파치계가 나에겐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우유도 있는 만큼 계란말이에 우유를 넣어볼지 아이디어를 내보았다. 신선한 계란을 풀고 우유를 부어 휘휘 저어준 다음 송송 썰린 대파를 넣는다. 미리 끓여둔 미역국은 옆에 밀어두고 인덕션 두 개를 사용하여 한 구에는 계란말이, 한 구에는 잡채 라면을 위한 물을 올려 끓인다. 불이 달궈진 프라이팬에 계란을 붓고 치즈를 살포시 올린다. 계란이 익을 동안 잡채 라면을 완성한다. 이 멀티가 가능한 나란 녀석 꽤 마음에 든다. 어, 근데 이상하다. 계란말이가 익지도 않았는데 타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 평소랑 다른 건 우유의 유무인데 혹시 이놈 때문에 익지 않고 타는 건가? 챗지피티에 물어보니 계란말이에 우유를 넣으면 식감이 부드러워지지만, 너무 많이 넣거나 계란에 비해 비율이 높아지면 굳는 힘이 약해져서 타면서도 속이 잘 안 익고 묽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한다. 한두 스푼만 넣으라는데 나는 뭣도 모르고 부어버렸다. 오늘 또 하나를 배워간다. 내 뱃속으로 들어갈 거, 모양은 포기하고 익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그렇게 뚝딱 만들어진 내 저녁상. 햇반 하나를 돌려 야무지게 먹었다.
요리하고 먹다 보니 8시가 되었다. 설거지는 언제 하며 운동은 언제 가지. 내일 아침 여섯 시에 스터디카페 가려면 열 시에는 자야 하는데 가능한 스케줄인가? 나인투식스 일정을 가진 직장인들은 대부분 공감하는 게 있다. 퇴근하고 밥 먹고 운동하면 잘 시간이라는 것이다. 밥 먹고 운동하면 개인 시간이 없으니 일찍 일어나 스터디카페로 향하는데 이것 또한 실행하려면 잠을 포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운동과 공부를 동시에 들고 가는 것은 직장인의 욕심인 걸까. 어느 하나 포기하기 싫은 난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이다.
상상을 해봤다. 내가 모든 걸 가져가려면 몇 시에 퇴근하는 게 최적일까? 업무시간을 줄인다는 건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기에 효율적으로 생각한 시간이 4시였다. 4시에 퇴근하고 바로 운동을 다녀온다. 집에 오면 6시, 저녁을 먹고 치우면 8시, 씻고 청소하면 9시, 10시까지 독서를 하고 잠에 든다. 그리고 5시에 일어나 준비하여 스터디카페에 가 공부를 한다. 그리고 출근한다. 딱 나에게 지금보다 두 시간만 있으면 삶의 퀄리티가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그런 달콤한 상상을 종종 해본다. 그런 날이 올까. 지금보다 내 삶이 나아지려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9시부터 4시 업무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니, 현실적인 틀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행위들을 끝없이 고민한다. 오늘도 그 두 시간을 꿈꾼다. 언젠가, 나에게 두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나는 조금 더 나답게 살아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