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뉴욕에 오기까지의 도망처럼 시작된 2년의 기록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뒀다. 더 이상 육체노동자로 살기 싫다는 생각 하나로.
내가 어릴 때 외할머니와 엄마가 요리를 할 때면 꼭 옆에 서서 자르고, 볶고, 만드는 모든 과정들이 요리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이유 없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었다. 40대가 된 부모님 역시 자영업을 시작하셨다. 아버지의 반대와 어머니의 응원 속에 나는 외식조리를 전공했다. 그 후 엄마의 식당의 단골 손님이 하는 식당에서 요리를 시작했고,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식전빵을 만드는 데 ‘뭐야, 나 이거 해야겠다!‘ 하면서 순식간에 레스토랑을 퇴사를 하고, 동네의 유명한 빵집에서 제빵을 배우기 시작했다. 얼마가 지나고 나서 내가 나고 자란 부산은 일자리가 너무 적은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울로 오게 되었고, 그런 후로 9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20대엔 이 일을 하는 게 대체로 즐거웠다. 서툴러서 자주 데고, 찢어지고, 다치고, 요령이 없어서 인대가 늘어나도. 그 열정도 체력을 이기긴 어려워서 몇 년 간격으로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부딪힐 때쯤, ‘이거 평생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해봤다.
평생직장? 나조차도 믿지 않는 단어면서 이걸 평생 할 생각을 했었을까? 아니면 이 일을 던져버리고 싶은 합리화였을까.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땐 돌아볼 줄도 몰랐다. 그 마음은 다치거나 직원들과 마찰이 생기거나 200만 원 언저리의 월급 명세서가 몇 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는 시간 동안 스믈 스믈 떠올랐다.
31살. 내 나이와 경력에 비해 많은 돈을 받고, 제빵 책임자로 일하다가 하루아침에 ‘나 더 이상 육체노동자로 살기 싫어.‘ 하면서 직장을 관뒀다. 준비도 계획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