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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May 05. 2024

핵개인

분업과 공동체를 넘어서

 바야흐로 선배가 없는 시대에 우리는 도달했습니다. 앞서 나가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입을 닫거나 어버버 하기 일수네요. 아마도 그들 역시 지금 시대가 어렵기만 한 모양입니다.


 mz라 불리는 물결 속에서 온 세상은 바뀌고 있습니다. ai의 등장으로 대부분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고 있고 진짜 언젠가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도달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챗 gpt가 등장할 줄을 몰랐겠지) 세상은 그에 맞춰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경쟁자는 사람이 아니라 잠도 자지 않고 불만도 없으며 실수도 없는 기계입니다. 우리보다 조금 일찍 태어났다는 이유로 앞 세대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세상은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과거의 지식은 금방 녹이 슬어버리니까요. 이러 시대에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또 대착맨이야... -유튜브 <침착맨>




이제는 거의 방송국화 되어버린 침착맨 유튜브에서 송길영 작가의 초대석입니다. 

(책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시대를 보는 시각이 좋았네요. 책은 안 봐도 되니 궁금하신 분은 영상이라도 한번 보시길...)


 현재 ai의 시대에 들어가고 있는 우리들이 임해야 하는 자세와 시대적 트렌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상인데.  확실히 데이터 전문가라 그런지 보는 시각이 예리하고 날카롭습니다. 그 와중에 제 눈에 들어온 건 '핵개인'이라는 키워드였네요.

사실 이젠 핵 떼어도 될 듯. 왜냐면 핵가족이 대가족 보다 훨씬 보편적인 세상이 되었으니까. 핵가족이 가족이고 대가족을 구분하는 게 더 맞지 않나 싶네요. -네이버 지식백과


 과거엔 당연히 대가족이 디폴트였기에 가족이라 함은 대가족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다 사회의 변화로 인해 작은 규모의 가족이 대거 등장하며 구분을 위해 새롭게 생긴 명치이 '핵가족'이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송길영 작가는 개인도 단순히 개인이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더 쪼갤 수 없는 단위의 개인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핵개인'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했습니다.


  '핵개인'이란 어딘가에 속해있는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이 아니라 1인 크리에이터, 1인 기업, 멀티 아티스트(예를 들면 노래 작곡 작사 유통까지 모두 다하는) 같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개인을 뜻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AI와 거대 플랫폼들을 통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지금. 개인은 공동체 속에 있지 않고 본인의 집에서도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대에 도달했습니다. 침착맨 역시도 '핵개인'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겠죠. 기술의 발달로 창작에 큰 자본이 들지 않아며 플랫폼의 발달로 유통에 큰 어려움이 있지 않는 지금 개인은 어디에 속할 필요를 잘 느끼질 못합니다.



딴 건 몰라도 시대를 진짜 관통하기는 함.



 이런 '핵개인'의 특징으로는 공동체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걸'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송길영 작가가 핵개인에 대한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다음 사람으로는 '실리카겔'을 언급한 것도 실리카겔이 핵개인으로의 대표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10년간의 행보를 보았을 때 합당하다.'라는 말처럼 실리카겔은 실제로 기성적이지 않은 그리고 딱히 대중성을 신경 쓰지도 않은 본인만의 색채와 세계로 10년 넘게 달려오고 있었고 실제로 성공했습니다.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고 본인의 음악을 한 그들은 충분히 '핵개인'적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고 아무도 제대로 아는 게 없을 때 송길영 작가는 말합니다. '하고 싶은 걸 해라.' 경쟁은 점점 심화되다 못해 이젠 절대 이길 수 없는 AI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도달했습니다. AI는 가장 고수입의 산업부터 침투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건 이제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의사와 변호사도 진짜 조만간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또 시대에 발맞춰 그분들이 할 일이 생기겠지만.). 그래서 차라리 저소득의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누구도 하지 않고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더 좋겠죠.


뀨?


 그는 차라리 오리너구리가 돼라 말합니다.




ㅋㅋ 어케 살아남았지 - 나무위키


 오리너구리는 과부터 속,종이 모두 본인의 이름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같다 붙일게 '과'단위부터 없었으니까 그도 그럴만합니다. 처음에 이게 실존하는 것 부터도 생물학자들이 믿질 못했으니까요.


오리너구리는 경쟁하지 않습니다(사실은 하겠지만...), 본인이 유일한 것이 되면 경쟁이 필요 없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상하지만 본인만의 무엇인가를 한다면 굳이 경쟁할 필요 없이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걸 말한 거겠죠. 마치 실리카겔이나 침착맨 처럼. '귀 썩는 음악'이나 '가지무침'을 여태까지 팔면서도 둘은 나름 최정상에 자리까지 올라갔습니다. 솔직히 제 인식 상에서 실리카겔과 유사한 밴드 혹은 침착맨과 유사한 방송인을 찾으라 하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15:58:43... 가지무침 곱곱빼기(좋은뜻)




 이젠 한국에서 베트남 쌀국수 집을 하면 한국인이랑 경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 현지인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키오스크나 유통의 발달로 우리는 너무나 쉽게 외국인이 하는 식당을 발견할 수 있네요. 길거리의 가수들조차 유튜브가 발달한 지금 빌보드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저도... 번역이 워낙 쉬워진 지금 세계의 수많은 문호들과 경쟁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책을 여전히 읽는 사람들이 남아있다면...).


 세계화는 이제 너무 다양한 분야에서 너무 쉽게 일어납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일을 보통 난이도가 아닌 경쟁을 해야 어느 정도 위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걸 하는'게 중요하지 않나 싶네요. 그게 비록... 좀 돈이 안되더라도 힘든 길이라도. 재밌으면 본인에게 의미가 있다면 오래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개같이 힘든데 돈과 안정성만 보고 했다가 그 두 개를 모두 잃어버린다면... 그것만 한 비극이 또 없으니까요.


침착맨이 '핵개인은 그럼 반골이네요?'라는 질문에 송길영 작가는 'ㅋㅋㅋ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게 아니라면 비슷한 말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 그걸 가기 때문이겠죠. 세상은 점점 변해가고 있고 과거 그대로에 안주하는 건 꽤나 위험한 일입니다, '바뀌는 것도 모르고 준비하지 않는 것도 죄'라는 송길영 작가의 말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편이니까요. 부모님은 분명 안정적인 길을 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 세대(1997년을 보셨으니까요. 제가 태어난 해기도 하고)에 가장 필요한 키워드였고 자식에게 필요한 걸 물려주고 싶은 게 부모님 마음일 수 밖에요. 하지만 시대는 너무 바뀌었고 안정적이라는 말은 우습기만 합니다. 20년 뒤에 있을 직업 같은 건 누구도 모를 일입니다. 선배들 역시 본인이 여태껏 배우고 살아온 기준으로 후배들을 재단합니다. 그건 그때는 맞고 지금은 모를 일입니다. 본인이 가고 싶은 길이 있다면 물어볼 필요도 없고 이젠 물어볼 수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할게 너무 많으니까요. 과한 선택의 자유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이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건 딱 하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바로 흥미와 재미. 좀 힘들더라도 계속 유지시켜 나갈 수 있는 강력한 동기. 그리고 그나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인정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길 중 하나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인 것 같네요. 남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수많은 경쟁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만의 색채를 개화하는 것. 그게 오리너구리가 되는 길 아닌가 싶네요. 물론 그게... 대성공은 아닐 수도 있지만... 행복하고 편하게 자기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그거 진짜 성공한 삶 아닐까 싶네요.


 물론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자기가 할 수 있는 자기만의 색깔을 아는 것. 이건 진짜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도 주변의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니까요. 근데... 제가 볼 때 요즘 가장 좋은 건 그냥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핵개인'으로 살면 진짜 못할게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당장 준비하면 유튜버가 될 수도 영화를 찍을 수도 에세이를 쓸 수도 비평을 쓸 수도 있습니다. 좀만 배워서 프로그래밍을 할 수도 있겠네요. 인프라는 점점 발전하고 접근성은 점점 높아집니다. 그냥 하면 분명 실패를 겪을 수도 있겠지만... 거기서 배우는 게 있을 테고 또... 다른 걸로 확고하게 넘어가게 해주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그런 실패가 요즘 같은 세상에선 파멸이 아니라 공부가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도전에 리스크가 꽤 적은 편이니까요. 뭐... 안정적인 삶과는 꽤 멀어지겠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뭐 굶어 죽겠나요.




요사이... 어딘가?



  저는 다행히도 하고 싶은 게 확고한 사람이지만 고민이 좀 많았습니다. 도대체 배울만한 사람이 없어... 고대의 책 들이나 끄적이며 이렇게 써도 살아남을 수가 있구나라고 먼지 쌓인 위로를 받을 뿐이었습니다만... 확실히 '핵개인'이라는 말은 방향성을 잡아준 것 같습니다.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겠다면... 하고 싶은 걸 계속하는 게 맞잖아요. 그게 돈도 안되고 좀 힘든 길이더라도... 하고 싶다면 좀 버틸만하니까. 


 '아 진짜 이 노력으로 공무원 준비했으면 벌써 ㅅㅂ 붙었을 듯.' (비하 아니야요... 누나랑 엄마가 공무원임...)

 '야 그거 네가 하고 싶은 거니까 그렇게 하지 공무원 준비를 그렇게 할 수 있겠어?'


 아는 형의 타박에 깨닫는 게 좀 있었네요. 그치 내가 공부를 어케 이리 열심히 해. 절대 못하지.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미래학 수업의 교수님이 기원전부터 1900년까지 변한 것보다 1900년부터 여태까지 변한 게 훨씬 많다고 한 게 좀 이해가 되는 것 같으니까요. 급류 같은 시대의 흐름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뭐하나 붙잡고 가는 게 좋지 않나 싶기도 하고. 잘할 수 있는 것 재밌는 걸 잘 붙잡고 시대에 표류하다 보면 또 좋은 곳에 도착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특히 화이트칼라들은 더욱더... 붙잡을게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너무나 썩은 거라 시대에 휩쓸려 침몰할지도 모르지만... 뭐 하고 싶은 거였다면 후회는 없을 듯합니다. 이젠 세상에 조언해 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정보도 AI가 선배들보단 훨씬 잘 알고 있겠죠. 이때 가장 중요한 건 후회 없이 하는 거고... 그게 없으려면 자신의 주관대로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태껏 그렇게 살아왔지만... 이젠 좀 더 뻔뻔하게 그렇게 살수 있을듯싶네요. 핵개인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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