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회로가 ‘다르게’ 태어난 동순이의 이야기
“네… 동순이가 집중을 잘하지 못해서요. “
오늘 처음 간 바둑학원 원장님의 전화다. 엄마는 며칠 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내가 수업 시간에 다른 친구들에게 계속 장난을 치고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집중을 잘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 바둑학원을 보내주셨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가만히 집중을 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전화를 받으셨다. 엄마도 답답한 나머지 토요일은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책을 읽으라고 하셨다. 내 황금 같은 주말을 책 읽기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나는 가만히 앉아있는 걸 가장 못 하는데… 나는 책을 읽기 싫었지만 나를 위해 책을 사준 엄마의 마음이 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책을 펴서 읽었다. 한 장, 두 장 그리고 어느덧 세 장이 넘어갈 때쯤 나의 눈꺼풀이 나의 눈을 덮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어찌나 무겁게 느껴지는지 누가 잠을 재우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눈망울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다시 한 글자, 한 단어 그리고 한 문장 씩 천천히 읽었다. 꾸벅꾸벅, 눈을 희미하게 뜬 채로 졸고 있었다. 등을 의자에 기대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기 새가 새집에서 자는 것처럼 자리를 잡고 책으로 나의 얼굴을 가리고 본격적으로 잠을 잔다.
“동순아! 일어나서 소리 내서 책을 읽어!” 엄마가 소리쳤다. 화들짝 놀라 자세를 올바르게 하고, 다시 눈으로 글자를 읽고 입으로 소리를 내었다. “비록 육신의 몸은 마지막 해전에서 최후의 피를 흘렸을지라도 꽃다운 혼은 저 태양이 되어 조국과 함께 길이 살아 계실 것이니…” 소리를 잘 내고 있는 듯 안심이 되었던 엄마는 잠시 시장에 다녀오시겠다고 다녀오는 동안 책 한 권을 다 읽고 있으라고 하셨다. 엄마가 문을 열고 나가셨다. 그리고 나는 자세를 조금 편하게 바꾸고 혼자 소리를 내며 읽었다. “이 극복의 역사를 통하여 하나의 힘이 움직였음을 볼 수 있으니 그 힘이 바로 민족을 죽음 속에서도…“.
새근…새근….
분명 나는 글자를 눈으로 읽고 입으로 소리는 내고 있는데 나는 왜 자꾸 졸린 걸까? 결국 앉은자리에서 나는 책 한 권을 읽지 못하고 졸면서 의자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째깍째깍 시간이 흘렀고 엄마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 책을 바로 잡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급하게 펼치고 열심히 읽는 흉내를 냈다. 엄마는 내 방에 들어오셔서 책의 내용을 엄마에게 이야기해 보라고 했고, 나는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엄마는 나에게 집중을 왜 이렇게 못하냐고 꾸짖으셨다. 나는 집중하려고 했는데 누가 나를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게 하는 게 분명하다. 나는 억울했다. 보이지 않는 이 정체를 알아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엄마한태 말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엄마는 나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으면서 집중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고등학교 가서는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공부를 잘한다고 지금부터 의자에 앉아 가만히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해주셨다. 나도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는 고등학생이 되고 싶었다. 아직 어리니까 나도 조금 더 크면 가만히 앉아서 집중해야 할 땐 잘 집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괜히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을 혼자 어루 달래며 황금 같은 나의 토요일을 보내주기로 했다.
고등학교를 가면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 공부를 잘한다더니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나는 엉덩이에 살만 찌고 몸만 무거워졌다. 똑같이 가만히 앉아서 공부를 한다. 공부시간은 더 늘었다. 그 말은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뜻이다. 나 이제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