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존중이라는 최소한의 예의

관계에도 '손뼉'이 필요하다

by 미농

어느 날 문득, 관계의 무게추가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나는 정성껏 안부를 묻고 시간을 내어 마음을 전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건조한 단답이나 당연하다는 듯한 침묵일 때. 우리는 그 공백에서 서운함을 넘어선 허망함을 느낀다.


다정함이 권리가 될 때


우리는 흔히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참는 것에 익숙하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명목하에 나의 불편함을 함구하고, 상대의 무례함을 '성격이 급해서' 혹은 '원래 저런 사람이라서'라는 말로 포장해 주곤 한다. 하지만 한쪽의 일방적인 배려로 유지되는 관계는 사실 시한폭탄과 같다.


상호존중이 없는 관계에서 나의 다정함은 상대에게 '권리'로 오인된다. 내가 건네는 호의가 당연한 수순이 되는 순간, 관계의 평형은 깨지고 한 사람은 소모되기 시작한다.


소리는 두 손바닥이 마주쳐야 난다


'박장대소(拍掌大笑)'라는 말처럼, 소리는 두 손바닥이 부딪쳐야 비로소 명쾌하게 울려 퍼진다.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한쪽이 손바닥을 내밀면, 다른 한쪽도 기꺼이 손을 뻗어 마주쳐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쌍방'의 원칙이다.


내가 100을 주었으니 너도 100을 내놓으라는 계산적인 태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내가 건넨 진심이 허공에 흩어지지 않도록, 상대 또한 자신의 진심을 담아 응답하려는 '노력'이 있느냐는 문제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속도를 맞추려 애쓰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것


상호존중이 결여된 관계를 정리하는 것을 두고 누군가는 '이기적'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계가 쌍방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은 상대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최소한의 보호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 목소리를 높이는 일을 그만두자. 상대의 무관심과 무례함에 나의 가치를 매몰시키지 말자.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 소중한 에너지를 쏟기에 우리의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


지금 당신의 관계는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가. 혹시 당신 혼자 허공에 대고 필사적으로 손을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가. 기억하자. 진정한 관계는 마주 보는 두 마음이 부딪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이제는 관계의 양보다 질에 집중하려 한다.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 내 사소한 배려에 진심으로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내가 손을 내밀었을 때 기꺼이 자신의 손바닥을 마주쳐 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과 나누는 다정한 '맞장구'만으로도 우리네 삶은 충분히 바쁘고 아름답다. 곁에 둘 사람을 고르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다.


오늘도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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