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하는 사람의 마음가짐
부모님에게 많이 빚진 사람
많은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엄마는 우리 가족에게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평생 가족 밖에 모르고, 가족들을 위해서 자신을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하면서도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해주지 못했다며 늘 미안해했다. 자식들에게 해주지도 못했는데, 나이들어 짐이 되면 안 된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운동하고 건강 관리를 했던 엄마였다. 그런 엄마의 굳은 의지와 눈물 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쓰러져 결국 와병환자가 되었고 나는 엄마를 간병하고 있다. 처음에는 엄마에게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성심성의껏 엄마를 돌봤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버겁고, 내 집과 남편과 딸이 그립고 내 일상을 찾고 싶다. 가끔 엄마를 간병인이나 요양기관에 맡길 생각도 해보지만 번번이 주저앉고 만다. 엄마는 나에게 평생을 헌신했는데, 겨우 1년도 못 버티는 나 자신을 용납하기가 어렵다. 자식에는 후회없이 했지만 엄마에게는 후회만 가득해서 엄마를 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끔 엄마의 헌신적인 사랑이 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엄마에게 사랑을 덜 받거나 지난 시간 엄마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시늉이라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도와달라는 말을 잘 못하는 사람
간병이 힘들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해보기 전까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처음엔 모든 것을 나 혼자 감당하려고 했다. 옆에 있는 아빠에게도, 주말에만 오는 동생에게도, 가끔 오는 남편과 딸에게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노동량이나 강도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간병이라는 것이 답이 없고 기약이 없어서 심리적으로 더욱 소진되면서 체력도 갉아먹는다. 힘들어도 미래에 대한 기약이나 희망이 있으면 참고 이겨낼 수 있지만 노인 간병은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 우울증은 기본이고, 마음속에서는 노인 학대 또는 간병 살인이 수시로 일어난다. 그래서 간병은 절대로 혼자 해서는 안 된다는 수준을 넘어서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접 간병을 할 때는 어떤 식으로든 옆에 도와달라고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완벽한 돌봄이 있다고 믿는 사람
처음에는 간병을 일하듯이 정확하게 하려고 애썼다.원칙을 세우고 원칙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게 관리했다. 루틴을 만들고 철저하게 지켰다. 모든 것을 기록했다. 나 스스로도 남이 보기에도 티끌 하나 오점이 없게 관리했다. 잘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취한 적도 있었다. 안 하면 안 했지, 일단 시작한 이상 완벽하게 하려는 완벽주의 성향이 엄마 간병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그렇게 해야 엄마도 엄마를 돌보는 나도 나태해지거나 느슨해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엄마가 좋아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완벽주의는 실패했다. 완벽주의가 간병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환자의 상태를 살펴가면서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 따라 유연해질 필요가 있는데 그러지 않고 완벽이라는 것에 함몰되어 버티다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지자 멘탈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경험했다. 그 스트레스로 인해 환자는 물론 다른 가족들에게 피해가 돌아갔다. 돌봄에는 완벽이라는 것은 없다. 그저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의 돌봄이다.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열심히 하면 안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가? 그러면 절대 간병해서는 안 된다. 나는 내가 딱 한 달만 매달리면 엄마가 금방이라도 걷고 눈에 띄게 달라질 줄 알았다. 그렇게 간병 잘해서 다른 가족들이나 친지들에게도 보란 듯이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에게도 우리 열심히 해서 방송 나가서 자랑하자고 했었다. 정말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노력은 나를 배신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이렇게 노력하고 정성을 다하는데, 엄마는 왜 좋아지지 않았다. 내가 뭘 잘 못하고 있나? 노력이 부족한가? 정성이 부족한가? 인풋 대비 아웃풋이 없으니까 초조하고 쉽게 실망하고 좌절했다. 병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식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간병은 진인사대천명이어야 한다.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온다고 믿는 사람은 간병해서는 안 된다. 노력은 수시로 배신하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많은 빚을 졌기에 나는 당연히 내가 엄마를 간병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완벽한 돌봄을 추구하다 금방 고꾸라졌다. 실수하고 실망하고 실패한 끝에 내 생각과 태도를 바꾸려고 애쓰고 있다. 엄마의 헌신과 사랑을 간병으로 모두 갚을 수 없다. 완벽한 돌봄이라는 건 환상이고 돌봄에서 노력은 늘 배신한다. 힘들면 주위에 도움을 청하고, 기관의 도움도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저 매일매일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는 걸 알지만 그것도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