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일요산책 / 이연중
역사적 소명의식 (수필)
우리 시대는 말이야...
나 보다 윗 세대들 그리고 아래로 5-6년 세대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이렇다.
우리가 고생하며 닦은 기반 위에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잘살고 있다는 것이다.
보상을 바라는 심리 인가...
과연 그것이 당연하고 맞는 말일까?
생각해 보라 열심히 살아온 과거가 자랑스러울 수는 있지만 우리가 살아온 역사가 후 세대들에게 위세를 떨 정도로 생색을 낼 일인지...
냉정하게 차분히 생각해 보자.
국가도 개인도 너무 가난했던 시절
먹고살기 위해서는 못된 짓. 도둑질 빼고는 뭐든 물 불 안 가리고 열심히 밤 낯 없이 정말 혼신을 다 해서 일했다.
오천 년의 가난을 극복하자! 하면 된다!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더해져 정말 열심히 살았다.
건설 현장 구로동 봉제 산업단지 가발공장 등등...
그리고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지독한 더위 사막의 땅 중동에서 밤 낯 없이 일했고 서독 간호사 파견 월남전 참전등 목숨을 담보로 무일푼에서 피땀과 눈물로 일구어온 치열한 삶의 역사였다.
자원도 없고 기술도 없는 나라에서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수출이었다.
수출이 살길이다 를 외치며 돈 되는 건 뭐든 다 내다 팔았다.
정부도 매주 수출 확대 대책 회의를 하며 기업 지원에 아낌없이 도움을 주었고 이때 한국의 신흥 재벌이 형성되었다.
당시 외국의 시선은 한국의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는 모두 부정적이었고 어떤 신문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우는 일보다 더 어렵다고 비아냥 거렸다.
세월이 지나 이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됐고 민주주의도 성숙의 단계에 들어섰다.
계엄령을 6시간 만에 뒤집은 것도 국민들의 비폭력 평화적 시위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가 국민의 지지 없이 가능했을까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한국을 보라 민주주의 가 그렇게 어렵다고 했지만 나는 역설적으로 생각한다.
정치권은 삼류고 일부 시민단체는 이권에 따라 저울질만 하는 한국에서 사상자 한 명 없이 조명 봉에 희망을 담아 시위를 주도한 MZ세대의 시위는 세계 어느 곳에도 볼 수 없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높이는 성숙한 시민 문화 의식이었다.
시위가 생기면 폭력 방화 약탈까지 하는 미국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난국이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한 단계 더 차원이 높아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치는 여 야 막론하고 실망을 넘어 포기 상태지만 나는 한민족의 DNA를 믿는다.
예전 독재시절에는 택시에서 정부를 비난하다 기사가 경찰서로 가서 고발하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르거나 심한 경우 감옥으로 가기도 한 암담한 시절도 있었다.
생략하고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그 시절 고생해서 이제는 먹고살만한 나라를 만들었다당연히 그 공로는 우리 전후 세대들의 노력이지만 그걸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일인가?
걸핏하면 우리가 피 눈물로 일군 기반 위에 잘살게 된 너희가... 요즘 젊은것들이 어쩌고.... 듣고 있다 보면 민망하기 짝이 없고 미안해진다.
솔직해져 보자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살았다.
보람이 있었고 내 인생이 자랑스러워졌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이행했을 뿐이다.
우리 시대에 주어진 역사적 소명 말이다.
우리 윗세대는 그 소명을 완수하지 못해 일제 식민지가 되어 치욕스러운 삶을 후세들이 강제받았고 그전에도 그런 치욕의 역사가 있었다.
우리는 우리 시대에 주어진 소명을 다 했고 그것은 당연히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렇게 위세를 떨고 걸핏하면 라떼는.... 요즘 젊은 00은.. 하면서 듣기 민망한 말을 해서야 되겠는가!
다시 한번 강조해서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내세우지 말라
우리 세대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요즘 젊은 이들은 가망 없는 일들이 더 많다.
당장 내 집 마련을 당신이라면 어떻게 계획할 것인가.
혹시 밥 없으면 빵 먹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는지...
빈 말이라도 이제 라떼는 그만하자!
칭찬해 주자!
격려해 주자!
성실하게 살면 그것만 으로도 좋은 인생이라고 하자!
힘들지 같이 가자고 하자!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인생을 여행 중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자!
우리는 시대가 부여한 역사적 사명을 완수한 것이고 그 덕분에 내 가족 자식들이 배고픈 설움에서 해방된 것이다.
명심할 것은 우리의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을 보고 앞으로 가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역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뒤에서 군소리 없이 조건 없이 밀어주고 키워 주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이다.
24) 12/15일
일요산책 海印 이연중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