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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중 Aug 13. 2024

생명과 음식

수필 이연중



 생명과 음식


파리나 모기를 죽여도 살기가 동해 사람에게 원래 갖춰진 자비가 그 순간 사라진다고 한다

생명을 죽이면 살기가 생기고

고기를 먹는 것도 그 짐승의 업을 같이 먹는 것이라는 법정 스님 말씀에 고기 먹을 때는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맛도 예전 같지 않지만 좋은 점도 많다

우선 몸이 가벼워지고 위 부담도 줄어들며 정신건강에 좋고 착해지는 느낌도  있다


사람 사는 건 먹는 일이다

삼시세끼 밥에 간식 영양제 보약까지  종일 먹는다.

언제 밥 한번 먹자 하는 게 인사말이고 잘 먹을 궁리는 진심이다.

요리하는 사람이 인기 있는 직업이 되어 너도나도 한두 가지쯤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데

사실 먹는 일은 사는 일이니 요리는 신성한 일이다.

소중한 음식이지만 많이 먹으면 모든 장기에 부담을 주게 되고

살찌는 것은 물론 혈액을 탁하게 한다고 한다.

나 역시 식탐이 있어 절제가 안되어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고

특히 젊은 시절 술을 많이 마셔 후유증도 있다.

지금은 가끔 딱 한잔 정도로 절제하지만 권커니 잣거니 하는 분위기와 여유가 그리운 건 사실이다.


처음 만난 사이도 술자리에서 의견이 일치하면 허물없어지니 술이 좋기는 하다.

적당히 마신다면 너그러워져 스트레스도 덜 받을 것이다

그리고 안주도 아주 중요한데 궁합 맞는 술과 요리는 사는 맛이 난다

친한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에 반주 곁들여 이런저런 얘기 하다 보면 그 분위기가 좋고 사는 게 즐겁다

정이 오가기 때문이리라

사람은 서로 나누는 정이 중요한데 특히 허물없는 친구 지인과 잡담은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어느 나라건 음식을 나눠 먹으며 화합하고 정을 쌓아간다  

예외는 내게 불편한 사람과는 찬물도 나누고 싶지 않아 피한다

옹졸하기는 하지만 맹물에도 체하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싶다

잘 먹기 위해선 우선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정신적으로 부담 없어야 하고 안정되고 편안해야 한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자리는 무슨 음식이든 맛있으니 좋은 음식보다 부담 없는 관계를 맺은 편한 지인이 우선인 것 같다

그래서 끼리끼리가 좋고 넓은 만남보다 허물없는 사이의 깊은 만남이 편하다


세대를 막론하고 우정은 생을 푸르게 한다 진정한 우정은 모든 걸 이해하고 염려해 줘 고단한 인생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의지처가 된다.

티격태격하며 쌓아가는 우정이 있고 처음부터 예를 지켜가며 쌓는 관계도 있는데 장단점이 있으니 받아들이는 내 시선이 우선 여유로운 게 좋겠다

내가 좋으면 다 좋다

좀 까칠한 내 성격이 무뎌지고 흐르는 물처럼 살기를 소망해 본다


맛있는 음식도 적당히 섭취하고 육식은 가능한 적게 먹는다

내업이 하늘에 닿을 지경인데 짐승의 원한까지 가져갈 필요가 있겠는가

어떤 생명도 소중하다

도살장 끌려가며 발악하고 눈물 흘리는 생명의 원한을 생각하면 입맛이 떨어진다

법정스님 말씀 중에 토끼는 사냥으로 막 다른 곳에  몰리면  갓난아기 울음소리로 크게 운다고 한다.


인간도 동물이라서 그런 느낌이 더 하지만 사실 초목도 비슷하다

풀 나무 벨 때 나는 냄새와 진액은 초목의 피 냄새다

그런데 그 향기를 맡으면 가슴이 열린다.

머리도 맑아지고 건강에 좋은 효능이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죽은 것들로 살아간다 뭇 생명의 희생으로 산다.

사람값 해야 한다


서양의 인간위주 사고는 만물은 오직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오만 편견 사상이다

동양의 생명위주 사상은 공존하는 것이다

생명의 본질에서 그 어떤 생명도 본질에서 무게와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오래전 일본에서 특수현미경으로 촬영한걸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화단 관리인이 가위를 숨기고 화단에 다가가니 나뭇잎들이 가늘게 떨고 있었다.

절단가위를 보지 않고도 직감으로 느낀다는 설명에 놀라웠고 기억에 깊이 박혀 있다.

무릇 모든 생명은 다 기적이고 소중하고 소중하다

우리가 생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먹고사는 음식이 중요하고 요리는 숭고한 일이지만

이것저것 생각하면 업 쌓는 일이기도 하다  

살아가는 일은 먹는 일이니 음식에 감사하고 희생에 감사해야 한다.


많이 먹는 경쟁하는 TV 먹방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마구마구 구겨 넣는 게임이다

음식으로 장난하는 동물은 지구상 오직 인간뿐이다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음식이 내 몸이고 생각이 나라면

인간으로서 최소 품격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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