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는 권한과 책임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는 회사가 많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단어가 꼭 스타트업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닌데, 기업 신입사원이나 공무원 등 모든 직장인이 자신의 업무 범위 안에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아마도 직급이 없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을 주는 명시적인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쨌든 많은 스타트업이 다양한 이유로 구성원에게 권한을 부여한다. 덕분에 구성원은 기존에 해보지 못한 업무를 담당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고, 기존에 논의해야 했던 권한 있는 사람을 통하지 않아도 돼 업무 처리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런 장점은 권한에서 나오는 것인데, 세트로 언급되는 책임은 프로젝트의 수행자에게 부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팀원이 권한과 책임을 달라는 1on1을 요청한 적이 있다. 어떤 배경에서 요청했는지, 그리고 어떤 권한을 달라고 하는지 소상히 들었는데 결국 프로젝트를 리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원하는 권한은 알겠습니다. 그러면 책임은 어떻게 지실 건가요?" 하고 물었고 그 친구는 입을 다물었다. 이건 하나의 사례일 뿐이지만 내가 겪은 대부분의 권한 요청은 책임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본인이 권한과 책임이라고 말했음에도 말이다. 프로젝트를 책임진다는 건, 어떻게든 완수해 낸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프로젝트는 분명 이상한 곳으로 흘러간다. 예상치 못한 변수는 계속 발생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했던 가설은 틀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시간에 우리 팀을 목적지에 도착하게 만드는 것이 책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사람에게 권한이 생기게 된다. 권한보다 책임이 먼저란 의미이고, 권한은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것이다.
아직 팀에서 직급이 높지 않아서 책임을 질 수 없으니 권한을 먼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접근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모든 직장인은 자신이 맡은 범위에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한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로 작은 범위에서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어 있을 것이다. 권한을 넓히고 싶으면 지금 편안한 책임 범위를 벗어나 한 단계 위의 일을 해결해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고, 당신은 그 불편함을 겪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그 결과로 팀원들은 내가 무엇을 책임질 수 있는지 알게 되는데, 그때가 나의 권한이 넓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