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의 의미와 해석

스타트업 용어

by OHS

MVP는(Minimum Viable Product) 스타트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 중 하나다. 그리고 또 다른 핵심 철학 중 하나인 AB테스트와 묶여서 MVP Test라는 표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MVP라는 단어의 풀이처럼 최소 기능 제품이기 때문에 항상 실험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 단위로 제품을 출시해 보고 우리가 정의하는 문제가 해결됐는지 확인한다. 가설이 검증되었다면 데이터를 뜯어보면서 유저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나누고, 문제의 사이즈를 측정해 순차적으로 개선해 나간다.


개념적으로는 아름답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면 어디까지가 최소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논쟁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운영하고 있는 햄버거 매장의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싶다. 키오스크의 최소 기능을 정의하면 1. 고객이 기계를 통해 상품 목록을 확인하고, 2. 장바구니에 담아 3. 결제할 수 있어야 하며, 4. 그 주문 내역이 주방으로 넘어가야 한다. 여기서 어떤 것을 더하고 뺄 수 있을까? 우리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키오스크 도입 시 인건비 절감 효과이기 때문에 그것과 상관없는 것이면 무엇이든 뺄 수 있다. 만약 금전적 자원이 충분하다면 3번 결제 화면을 없애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키오스크 주문에 한해 무료로 드릴게요. 해버리면 된다. 4번 주방으로 내용이 넘어가는 것은 필수일까? 이것도 구현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 고객이 키오스크를 사용하면 직원들은 그만큼 놀고 있다는 의미이니 뒤에서 무엇을 주문하는지 보고 있어도 된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제품 중에는 컴퓨터가 처리하는 것처럼 배포하고는 이런 식으로 뒤에서 인간이 직접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1번과 2번은 필수 기능으로 판단했는데, 이 또한 나의 의견일 뿐 PO에 따라선 더 작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MVP로 만든 키오스크를 깔아 뒀는데, 아무도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지 않는다면 MVP 테스트는 성공이다. 불필요한 3번, 4번 개발을 하지 않은 채로 키오스크 도입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혹은 실패에 의문을 가지고 키오스크 위치가 불친절했다거나 카운터에 사람이 보이니까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기계 위치를 옮겨보고, 카운터에 종만 하나 올려두고 직원이 주방에 숨어있는 등의 방식으로 다시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이런 테스트의 결과로 기계 위치가 문제였고, 키오스크가 인건비 절감에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면 3번, 4번을 개발한 뒤 상품 목록을 보여주는 방법을 개선하는 등 추가적인 개선을 이어나가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키오스크라는 제품을 잘 만들었더라도 인건비 절감이라는 목표에는 옳은 해법이 아니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는 좋은 코드가 아닌 스파게티 코드를 짜야하고, 디자이너는 미적 감각을 포기한 채 정보 전달에 집중된 화면을 구성해야 한다. 기획자는 큰 스펙으로 구현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을 문장으로 적고, 이 스펙이 왜 검증에 도움이 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뺄 수 있는 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며 최소 스펙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가설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누군가의 생각을 의미한다. 대기업에서 이런 아이디어는 소위 높으신 분에 의해 추진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기능을 붙여 완벽한 제품으로 시장에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돈과 인력 리소스가 많기 때문에 MVP를 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시간 리소스를 간과한다는 함정이 있다. 사람이 아무리 많더라도 쪼갤 수 없는 단위의 일이 있다. 일을 동시에 시작하더라도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되는 업무가 끝나는 시점에 모든 작업이 끝난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설 검증에 가장 핵심이 되는 일을 먼저 하게 되고, 그로부터 대기업보다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부족한 자원이 더 빠르게 일하게 만드는 역설이 발생한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처럼 스타트업이 더 좋은 인력과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을 이기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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