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고 자기 계발을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30대를 넘어서도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은 괴물 취급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30대를 넘어서면 많은 핑계가 생긴다.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나이 들어서 체력이 없다'이다. 체력을 키우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운동하러 갈 힘이 없다고 한다. 시간 나면 주말에 침대, 소파에 누워서 부족한 수면 시간을 채우기 바쁘다. 그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말은 '챙길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누구는 가정이 생겨서 주말이면 아이를 데리고 처가에 가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주말에 취미 생활을 해야 된다고 한다. 취업 준비생일 때는 취업이 가장 중요했지만, 자리를 잡고 안정을 찾으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주제가 옆으로 옮겨간 케이스다. 그러다 보니 지금 상황도 나쁘지 않아서 적당한 만족, 아니 적당한 불만족을 가지고 계속 살아간다. 그렇지만 지금 버는 급여는 너무 적다. 노후를 위해 용돈을 줄여보기도 하고,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는 등의 작은 노력을 한다. 다음 승진을 위해 주말에는 한두 시간씩 공부도 한다. 토요일, 일요일에 두 시간씩 공부하면 한 주에 네 시간씩 공부하는 셈으로 1년 52주면 208시간을 공부하게 된다. 그리고 208시간은 무언가를 바꾸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렇게 우리는 20대까지 쌓은 지식과 그 이후에 조금씩 쌓이는 지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1970년만 해도 우리의 기대 수명이 62.3세였기 때문에 이렇게 살다가 50대 중반에 은퇴해 10년 이하의 노후를 보내는 삶은 이상적이진 않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삶이었다. 청년의 입장도 부모 봉양은 몇 년만 하면 됐고, 나의 노후가 짧기 때문에 가진 자산을 자식 교육에 쏟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대 수명이 83.5를 넘어가면서 50대에 은퇴하면 30년 가까운 노후를 보내야 한다. 우리의 인식이 따라오지 못한 것과 무관하게 50대에 은퇴를 해선 안 되는 시대로 변했다. 길어진 노후는 자식 교육에 올인해선 안 되는 시대를 의미하며, 0.7이라는 출산율에도 일조했다.
이 와중에 노동은 악이고, 여가는 선이라는 경제학적 분류에 따라 FIRE족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유행하면서 노동 기간을 더 줄이고자 하는 부류의 사람이 생겨났는데,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말린다. 길어진 노후 기간은 높은 변동성. 즉, 높은 위험을 의미한다.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방향은 급여 생활 기간을 최대한 길게 늘리는 것이다. 우리는 저출산 사회라는 인구 구조로 인해 은퇴 시기가 자연스럽게 늦어질 수도 있지만, 50대 이후에도 연봉을 유지하기 위해선 30대, 40대에도 계속 자기 계발을 해둬야 한다. 30대 중반만 돼도 자기는 실무에 대해선 다 알고 있고 경험이 쌓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아직 배울 게 많다. 단지 뭘 해야 할지 알아보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매년 연말이 되면 팀원들과 면담하면서 내년 목표를 세워본다. 커리어에 대해 고민해 보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그러면 대부분 과장에서 은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무엇이 될지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과장보다는 높다. 내 커리어의 끝에 있는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참고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쨌든 새해 계획을 세워보면 많은 구성원들이 운동, 책 읽기, 외국어 공부하기 같은 목표를 세워오는데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물어보면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편이다. 그냥 헬스장을 결제했어요 정도의 러프한 계획만 세운다. 막연한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몇 번 운동할 것인지, 운동하려면 몇 시에 퇴근해야 하고, 퇴근 이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 구체적으로 세워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독서나 외국어 공부 같은 목표를 1년 안에 해내려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항상 하는 레퍼토리로 '앞으로 회사 생활 20년은 더 해야 하는데, 1년을 운동하는 습관 들이는데만 쓰셔도 아깝지 않다.' 혹은 '실무 지식 하나를 원하는 수준까지 얻는 데 사용하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등의 말을 전한다.
인생 길다. 길어진 인생만큼 열심히 살아야 하는 기간도 길다. 아직 새해 계획을 실행하지 않고 계시다면, 구체적으로 세워보고 작년보다 나아진 내가 되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