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니즈는 무한하다는 말이 있다. 고객은 항상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받길 원하고, 서비스 제공 속도가 빠르길 원하며, 알기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길 바라기도 한다. 이렇게 고객의 니즈가 무한한 만큼 우리의 할 일도 무한해지는데, 이 중에서 무엇이 고객 가치를 가장 끌어올릴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선순위를 잘 따진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보면 주어진 과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오늘은 유산소 운동을 하는 날이니 먼저 5분간 스트레칭을 하고, 시속 8km로 30분간 달린 뒤 마지막으로 사이클 30분을 타고 들어가겠다는 일의 순서 같은 것이다. 물론 이것도 나름 논리가 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줘야 달릴 때 다치지 않을 수 있고, 달리기로 지쳤을 때 싸이클로 끝까지 쥐어짜 내 칼로리를 태운다는 등 말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우선순위보다는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단위 시간당 효율을 높이는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우선순위의 본질은 포기할 과제를 고르는 것이다. 일을 하기 위해 포기한 과업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면 우선순위를 정한 것이 아니다. 당신은 스트레칭, 달리기, 사이클을 선택하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가? 왜 유산소를 선택했는가? 같은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아마 다이어트가 목표였을 것이고, 1시간 조금 넘는 정도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살을 빼려면 근력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유산소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여기서 유산소를 한 번 더 나눠보면 버핏 테스트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할 수도 있었다. 이런 것들을 제치고 달리기와 사이클을 선택한 이유를 댈 수 있다면 당신은 우선순위를 잘 설정한 것이다.
눈치챘겠지만 우선순위에는 목표와 제약이 필수적으로 따라붙는다. 목표가 없으면 하고 싶은 걸 하면 되고, 제약이 없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보면 채치수가 노력형 캐릭터임을 묘사하는 장면으로 매번 아령을 드는 장면이 나온다. 또, 채치수는 도내 최고 선수가 아닌 것으로 묘사되는데 모르긴 몰라도 이두 운동을 한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만약 몸싸움을 잘하기 위해 데드리프트를 했다면 슬램덩크는 몇 년 더 연재했을지도 모른다. 문제 정의는 이렇게 중요하다. 농구에서 이두가 전혀 안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메인으로 단련해야 하는 근육이 아니긴 했다.
우선순위를 잘 정하기 위해선 아웃풋의 크기를 잘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일의 아웃풋을 예측해 보고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메인 지표를 잘 설정하고, 그것을 얼마나 크게 올릴 수 있는 레버인지 고민해야 한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리소스대비 아웃풋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메인 지표를 전혀 변화시키지 못하는 실험이나 제품이 많기 때문에 확실히 결과를 만들 수만 있다면 리소스가 큰 제약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임팩트가 확실하다면 말이다.
리소스의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MVP 이론이 나왔다. 작은 리소스로 눈앞의 문제가 임팩트가 큰 문제인지 확인하고, 임팩트 사이즈가 확인되면 그때 리소스를 많이 부어보자는 것이다. 간혹 임팩트 사이즈가 확인되어도 계속 작게 작게 일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제품 관리자들이 있는데, 그것은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