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솔직히 좀 헷갈려요.
저는 계속 ‘제품을 잘 만드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해왔거든요.
그런데 최근엔 자꾸 마케팅팀, 영업팀이랑 엮이면서 이게 맞나 싶더라고요.
도대체 PO는 어디까지 신경 써야 하는 걸까요?
구루
좋은 질문이야.
PO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게 느껴지는 건, 회사의 전략과 성장 단계에 따라 PO가 해야 할 일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야.
지금 네가 겪고 있는 혼란도 아마 그 변화의 일부일 거야.
PO
성장 단계요?
그건 스타트업이냐 대기업이냐 이런 건가요?
구루
그보다 더 미묘한 차이야.
보통 시드나 Series A~B 단계의 회사는 Product-Market Fit, 그러니까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제품’을 찾는 게 가장 큰 과제야.
이 시기에는 마케팅보다는 제품 자체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해.
사실, 제대로 된 고객도 없고, 시장도 불분명한 경우가 많거든.
PO
아… 그래서 저희도 앱을 만드는 데만 몰두했나 봐요.
마케팅은 거의 안 했고요. 영업도 그냥 지인 통해 조금씩 해본 정도였어요.
구루
정확해.
이 시기에는 제품이 ‘정말 문제를 해결하는가’를 실험하는 게 중요하니까.
페이크 테스트나 프로토타입으로 고객 반응을 보기도 하고,
기술팀 리소스를 거의 전부 투입해서 최소 기능이라도 빠르게 구현하려 하지.
PO
그런데 요즘엔 영업 쪽에서 이런 기능 만들어 달라, 저런 거 꼭 필요하다고 얘기들이 계속 와요.
솔직히 좀 당황스러워요. 고객이 원한다니까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들어주면 제품이 산으로 갈까 걱정되고요.
구루
그건 PMF가 어느 정도 맞았다는 신호야.
이제 회사는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단계’에 들어선 거지.
이 시점부터는 영업이 중요한 성장 레버가 돼.
B2B든, 정부든, 누군가에게 팔아야 사업이 돌아가니까.
그리고 그 고객들의 요구는 대부분 영업팀을 통해 들어오게 돼.
PO
맞아요, 근데… 가끔은 저희가 ‘요구사항 처리반’이 된 느낌이에요.
진짜 중요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데… 그걸 구분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구루
아주 중요한 관점이야.
이 시기의 PO는 요구사항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해야 해.
모든 고객의 요청을 반영할 수는 없어.
제품 전략과 일치하는지, 다른 고객에게도 가치 있는지, 기술적으로 유지 가능한지…
이런 판단 없이 그냥 다 만들어주다 보면,
기능은 쌓이는데 제품의 방향성은 흐려지고, 결국 아무에게도 매력 없는 제품이 되지.
PO
영업팀이랑 이런 걸 조율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자꾸 싸우게 되는 것 같고… 팀워크도 걱정돼요.
구루
영업팀은 ‘계약’을 보잖아. PO는 ‘지속가능한 제품’을 보고.
이 두 관점이 충돌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그래서 더더욱 PO가 가치를 설득할 수 있는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해.
싸우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협상가로 움직여야 하지.
PO
그런데 이런 갈등을 간신히 넘기고 나니까,
이제는 마케팅 쪽에서 이런저런 개발 요청이 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정말 끝이 없네요…
구루
축하할 일이야.
영업이 일정 궤도에 올랐다는 뜻이거든.
이제 회사는 확장을 위해 마케팅에 투자하기 시작하는 단계야.
이 시기엔 유입을 늘리기 위한 개선 요청, 데이터 추적, 랜딩 페이지 실험 같은 것들이 늘어나고,
PO는 또다시 리소스를 배분하고 전략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되지.
PO
이제 이해가 좀 돼요.
우리는 계속 ‘제품을 만드는 것’ 같지만,
실은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그 제품을 만드는 이유도 계속 바뀌는 거군요.
구루
바로 그거야.
제품은 과제지, 목표가 아니야.
PO는 그 과제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전략을 실행하는 사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