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조직에서 데이터를 그저 ‘확인하는 것’으로 업무를 마무리하고 만다. 오늘 매출이 얼마인지, 이번 주
사용자 수는 몇 명인지 대시보드에서 숫자를 훑어보고는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태도라 볼 수 없다. 데이터는 단순히 현상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데이터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비교하고, 그리고 평가해야 할 대상이다.
단순히 오늘 매출이 100만 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 100만 원이라는 숫자가 과연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지, 목표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 나아가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 만약 목표 달성이 어렵다면, 어떤 지표를 개선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파고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월간 목표 매출액이 5,000만 원인데 현재까지 2,000만 원에 불과하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멈춘다면 그저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다. 우리는 이 2,000만 원이라는 숫자가 왜 나왔는지 파고들어야 한다. 매출은 보통 ‘방문자 수 X 구매 전환율 X 객단가’로 이루어진다. 이 세 가지 핵심 지표 중 어떤 부분이 부족하여 목표에 미달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서브 지표의 중요성이다.
만약 방문자 수는 충분한데 구매 전환율이 낮다고 판명되면, 우리는 “구매 전환율을 높여야 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구매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서브 지표들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 체류 시간, 페이지 뷰 수,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은 후 이탈하는 비율 등이 구매 전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브 지표가 된다. 이렇게 서브 지표들을 설정하고 대시보드를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고, 목표에 다가가는 것이다.
서브 지표가 명확해지면, 이제 우리는 이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가설을 세워야 한다. 사실 서브 지표 자체가 하나의 가설이 될 수도 있다. “구매 전환율이 낮은 것은 상품 상세 페이지의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와 같은 것이 가설이 된다. 혹은 “특정 연령대의 고객들이 이탈률이 높으니, 이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면 전환율이 높아질 것이다”와 같은 구체적인 가설을 세울 수도 있다.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은 끊임없는 **디깅(Digging)**의 연속이다. 이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법이 바로 5 Whys(5가지 왜) 기법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왜?”라고 다섯 번 반복하여 질문하며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구매 전환율이 낮다는 문제에 봉착했다고 가정해 보자.
왜 구매 전환율이 낮은가? –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고객들이 이탈하기 때문이다.
왜 고객들이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이탈하는가? – 상품의 장점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상품의 장점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가? – 실제 고객들의 사용 후기나 사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왜 실제 고객 후기가 부족한가? – 후기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후기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았는가? – 마케팅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5 Whys 기법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상품 상세 페이지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마케팅 예산 확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문제가 5번의 질문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은 문제의 핵심을 파고드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데이터 평가와 개선의 과정이 단순히 개개인의 업무 역량을 넘어 조직 전체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정 부서나 몇몇 사람만이 데이터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팀원이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문화는 팀원 간의 얼라인먼트(alignment, 정렬)를 맞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의견 차이는 종종 정보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모두가 동일한 데이터를 보고 분석하며 이야기할 때 불필요한 오해와 이견을 줄일 수 있다. 명확한 데이터를 공유하고 함께 평가함으로써 팀원들은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각자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더 강한 몰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 정기적인 데이터 공유와 분석 미팅을 통해 서로의 가설을 공유하고, 성공과 실패 사례를 학습하며, 끊임없이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