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로맨스 웹툰 3년이면 풍월을 읊을까?

by 곽오리



로맨스 3년이면 풍월을 읊을 수 있을까.



여기서 풍월이라 함은 곧 연애를 말하는 것이겠지. 연애란 무엇인가. 전화는 아침, 저녁으로. 메시지는 하루 종일. 데이트는 최소 주당 1,2회. 주말 데이트라면 하루 종일을 같이 보내고, 평일 데이트라면 회사 퇴근 후 저녁 시간이 되시겠다. 참 할 일 많은 직책이다.


풍월을 읊으려면 그 책을 몇 번이고 읽어봐야(실행 봐야 할 텐데) 그럴 시간이 전혀 없다.


내 주변에서도 인정하는 바인데 나는 꽤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갖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직장인들과는 차이가 있다. 10시 반에 일어나 11시 운동을 가. 12시에 점심 먹고 12시까지 일해. 깨어있지도 않은 시간대에 ‘자기야, 일어났어?’ 모닝콜은 웬 말이며 한창 일할 시간에 ‘우리 어디 갈까?’ 데이트가 웬 말이냐. (늦게 일하니 늦게 끝나지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왜 꼭 일을 일찍 해서 일찍 끝내야 하나. 그냥 나한테 맞는 시간대가 이런 것일 뿐인데.)


웹툰을 하기 때문에 그런 걸까? 근데 생각해보면 직장을 다닐 때도 새벽 1,2시에 퇴근해서 다시 새벽 5시 반쯤 출근하며 여유시간 없이 일했다. 웹툰 전업을 하면서는 12-12시 스케줄을 공휴일, 평일, 주말 경계 없이 매일 진행하고... 그냥 내 운명인 것인가..


그래, 그냥 연애를 포기하는 게 낫겠다. 쉬는 날이 한 달에 두어 번 있을까 말까인 상황에서 연애하는 건 이기적인 짓이다. 적어도 예술 업계에 종사하고 비슷한 상황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데, 연애는 생활 패턴이 맞는 것 말고도 맞아야 하는 것들이 많으니 쉽지 않겠다. 시간도 모자라는데… 혼자 노는 시간도 꼭 필요한데 연인과 함께할 시간은… 음. 묵념. 연애의 풍월은커녕 말머리 읽을 시간도 없는데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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