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 작업실
등장인물은 학교와 회사에서 산다.
고교 로맨스라면 배경 장소는 주야장천 학교만 나온다. 사내 로맨스라면 사무실만 나오는 거고. 주인공 정도나 돼야 상대방과의 썸을 회상할 때 방 안에서 배게 끌어안고 있는 장면이 나오지 조연이나 엑스트라는 자기네 집 대문짝도 안 나온다. 그냥 학교와 사무실의 NPC이자 지박령일 뿐이다. 그리고 컷 안에 등장하지도 않는 엑스트라 중의 엑스트라, 웹툰 작가는 작업실의 망령이지!
분명 일반 빌라에 값 치르고 사는 건데도 느낌은 항상 작업실 구석에서 먹고 자는 것 같다. 집을 잃었다. 집이 있긴 한데 집이 없다. 집에서 일하는 건 몸은 꽤 편하지만 심적으론 애매한 일이다. 출근을 해도 출근한 게 아니고, 퇴근을 해도 퇴근을 한 것 같지 않달까. 주변 풍경이 변하질 않는데 자기 최면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지금은 그래도 분리형에 살아 나은 편이지만 원룸 살 적엔 어디서든 보이는 책상이 정말 끔찍했다. 3초 만에 퇴근이 가능한 거리지만 컴퓨터 또한 내게서 3초 거리 밖으로 떠나질 않았다. 모니터 화면은 꺼져있는데 스피커는 켜져 있는 건가. 계속 환청 같은 것이 들렸다.
‘뭐 빠트린 거 없어? 지금 쉬어도 괜찮겠어? 다시 일해.’
계속 퇴근을 안 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그건 바로 집안일. 끝나지 않는 일일일! 누구나 집안일의 운명에서 자유롭기 힘들지만 이 모든 게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
그래도, 앞서 말했다시피 분리형으로 이사 오면서 공간을 분리하고, 또 플러스로 청소도 도우미 서비스를 받아 어느 정도 해결을 봤다. 다 잘 살자고 돈 버는 건데 너무 무리가 가지 않는 선이라면 자신의 복지를 위해 투자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물론 투룸, 쓰리룸으로 가서 지금처럼 거실을 작업실로 쓰지 않고 방으로 보내버리면 완전 분리가 되는 거니까 더 좋겠지만… 더 벌어야지. 웹툰 더 그려야지. 작업실의 망령이여, 차기작을 구상하라.
+외부에 작업실을 차리며 되지 않겠냐, 싶을지도. 근데 것도 지내다 보면 거기서 먹고 자게 돼서 의미가 없어진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