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s of writers Ⅳ. 달리기
달리기가 나에게 준 영향에 대하여
나는 달리기를 참 싫어한다.
키는 짤똥하고
통통히 살도 올라 있는 와중에
혼자 과하게 발달하여
학창 시절 내내 어깨를 구부려가며
숨기고 다니기 바빴던 내 가슴 때문이다.
학교에서 달리기를 하는 날이면
한 여름에도 커다란 후드티를 꾸역꾸역 입고
벌게진 얼굴에 머리카락이 땀으로 다 젖을지언정
입은 상의를 절대 벗지 않고 달린다.
어스름한 가을 저녁.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줄넘기를 들고
친구와 올라간 허브공원.
천 개가 가까워오는 시점에
친구가 냅다 줄넘기를 내팽개친다.
"나! 뛰고 올게!"
?! 뭔..
채 되물을 새도 없이 사라진 내 친구는 마치
이게 바로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왜 저러는 걸까.. 뭐에 미친 거지..
둥근 원형의 허브공원을 두 바퀴 정도 질주하더니
되돌아온 친구의 얼굴은 누가 봐도 몹시 개운해 보인다.
그때였을까.
숨은 턱끝까지 차는데
몸이 당장 주저앉고 싶은 게 아니라
발끝부터 간질간질거리더라.
"이게 무슨 느낌인 거야?"
"너도 간질간질거려?!"
"너 그래서 뛴 거야?"
친구가 씨익 웃으며
내 엉덩이를 세차게 때리더니
"뛰어!!!!"
친구의 신호와 함께
나는 손에서 줄넘기를 놓고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내 몸과 자아가 분리되어
내 뜻과 관계없이
본능에 따르는 경험이 처음이라
퍽 당황스럽다.
숨이 찬데.. 진짜 너무 숨이 찬데..
이상하게 호흡이 안정된다.
다리를 누가 끌어당기는 것처럼 무거웠는데
어느새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이 가볍다.
처음으로 얇은 티셔츠 한 장만 입고
어두운 공원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달린다.
달리면서 자꾸 웃음이 난다.
너무 짜릿하잖아!!!!
.
.
나 또한 두 바퀴 정도 달린 것 같다.
친구가 자기도 그렇게 미친 거처럼 뛰었냐며
남들이 보면 뒤에서 누가 잡으러 오는 줄 알겠다 한다.
둘 다 힘이 있는 대로 빠져서 서 있을 힘이란 없다.
그대로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하늘에
밝게 뜬 별을 보며 한참을 조잘거리다
시원하던 가을바람에 한기가 느껴져 집에 왔다.
이후에도 몇 번 더 공원에서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뛰었었다.
10년도 더 넘은 일이지만
아직도 그날들을 생각하면
삶이 환기되는 느낌에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