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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와너 Mar 01. 2023

선망의 대상이 평범해지기까지

중학교생, 쉰

엊그제 힙지로에서 중학교 절친 두 명을 만났다.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이십년 넘게 따로 살다가 천사같은 DJ의 제안으로 한 해에 한 두번 만나는 시간은 짧지만(모두 길게 만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기에 적당한 시간)꽤 만족을 준다.


나는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나의 의지는 30%반영,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소박한 옷차림이지만 공부를 매우 잘했고, 정의로워서 소외된 친구를 챙겼고, 리더십을 발휘해서 학급의 합창대회와 소풍, 춤경연대회를 늘 1등으로 이끌었다. 리라와 계성 등 사립초등학교를 나온 친구들보다 더 스마트하고 재미있고, 인기가 있어 늘 반장을 도맡아했다. 무엇보다 나는 영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미션스쿨을 다닌 덕에 교회 활동을 학교에서도 활발히 할 수 있었고, 종교에 심취해있던 나는 또래에 비해 성경을 많이 알고, 기도를 잘하는 친구였다. 더 나아가 가정의 불화로 인해 정신적인 성숙이 남달랐다.


중3이 되면서 나는 점점 평범해져갔다.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막연한 느낌에 내가 아이들이 알고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가정은 나의 뛰어남을 뒷받침해줄 수 없었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없다는 것을. 나보다 조금 성적이 부족하고 인기가 없지만 집안 좋은 친구가 더 성공하게 될 것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외고를 시험볼 수 없는 나의 처지, 그런 처지를 보상받는 것은 교회라고 생각하고 교회활동을 하는 나에게 전념하며 중3을 마친 기억이 있다. 소풍날 기차에서 혼자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고 담임이 부탁해서 류상태목사님이 나와 상담을 했던 날은 나의 우울과 절망감을 어른들은 훤히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의 어른이 지금 내가 되었다. 지금의 나를 보고 아무도 예전 그 선망의 대상인 '나'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무용담처럼 남편에게 이야기해도 좀처럼 실감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쑥스럽기도 하다.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선망의 대상이 되기위해서는 뛰어남에 대한 타인의 존경과 부러움을 견딜 수 있는 정신력, 그리고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 뒷받침해줄 수 있는 후원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이 둘이 모두 부족했다.


스스로 내려온 자리에서 나는 누구로 살아왔을까. 대학생 때에도 그리고 지금, 여전히 타인이 나를 선망의 대상으로 봐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며 행동하는 것을 느낀다. 어른이 된 지금은 그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은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나'로 살기를 다시 시작해야한다. 이 재미없는 살에서 '나'로 사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는 부디 그러자.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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