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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미 Nov 18. 2023

홍콩교육

홍콩의 교육은 한국과도 다른 점이 많다. 

      오늘은 아침부터 6시간동안 강의가 있는 날이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메일 알람 소리와 함께 수업에 들어간다. ‘Residence Hall’이라는 이메일 제목이 뜨고, 이내 무시해 버렸다. 이내 룸메이트로부터 문자를 받았는데, 아까 받은 이메일을 확인했는지 물었다. “a resident on 17 floor has passed away”라고 시작하면서 심리상담 지원한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괜찮냐는 룸메이트의 질문에 ‘괜찮다’고 의무적으로 답장을 하고 너도 괜찮냐고 물었다. 약간 놀랐지만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구인데, 같은 층에 산다는 사실만으로 나의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몰래 학업스트레스가 심했나보다 짐작하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오름에 소름이 돋았다. 한국의 극한 경쟁력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홍콩에 왔는데, 여기서도 학업 스트레스는 여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홍콩의 교육시스템을 살펴보려고 한다.  

       매 번 학기 시작 첫 수업에는 항상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수업에 들어가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학기에 받은 점수는 운에 따른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한지라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전공수업이든지, 교양수업이든지 늘 하던 패턴대로 빠르게 강의계획서를 훑어 본다. 그러면 일단은 조별과제가 없음에 안도하면서, 어떻게 하면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지 머리 굴려 본다. 대개 출석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과제 10%, 중간시험과 기말시험을 합쳐서 80%로 백분율이 나뉜다. 물론 과제나 출석은 기본으로 깔고,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이는 시험기간이면 열람실이 24시간 운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홍콩은 많이 달랐다. 이번 학기에 듣게 되는 과목은 수학과에서 열리는 전공과목 3개와 경제학강의 2개이다. 모든 강의계획서에서 놀라운 점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평가 시스템이었다. 놀랐던 점은 시험이 고작 40퍼센트밖에 차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간과 기말고사 모두 합쳐서 말이다. 모든 강의가 그랬다. 게다가 숙제는 30%, in-class exercise가 30%이다. In-class exercise가 특이한 부분이었는데, 일주일에 강의 두시간하고, 나머지 한시간을 문제풀이 시간으로 주어진다. 그러면 학생들과 토론을 하면서 풀어도 된다. 시험이 안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시험에서 정해진 점수를 넘지 못하면 나머지 점수를 다 받아도 학점을 딸 수가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토론을 하거나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도 있다. 또한 출석이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서 학생들이 지각은 자주하는 편이다. 옆에 앉았던 여학생은 전체 강의의 절반만 출석한다. In-class exercise만 있는 날이다. 또 한가지 홍콩교육에 대해 흥미로운 점은 영어이다. 

        홍콩에 교환학생을 신청하면서 제일 설렜던 부분은 영어를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나마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꿈도 잠시 캠퍼스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부터 시작해서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영어를 못 알아 듣는 직원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에서도 물어보면 그냥 무시당한다. 그런데 대학에서 90%의 강의가 영어로 진행된다. 홍콩친구에게 물어보니 중학교 때부터 전 과목 영어로 수업했다고 한다. 교수님은 때때로 광둥어로 설명해주시기도 하지만, 영어가 주된 언어이다. English proficiency index에 따르면 홍콩은 아시아에서 4위이다. 싱가포르, 필리핀 그리고 말레이시아에 이어서다. 그나마 한국보다 높아서 다행인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홍콩은 대학교육시스템이 학생들이 다양한 스킬을 기를 수 있도록 장려한다고 볼 수 있다. 소통하는 능력, 토론하는 능력은 물론, 협력하는 능력까지 말이다. 또한 보통 사람들은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염려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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