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꿈꾼다

꿈에 대하여

by 휴지기

너의 꿈이 수시로 바뀌는 걸 보는 게 엄마에겐 소소한 행복 중 하나란다.

왜냐하면, 너의 꿈이 바뀐다는 건 네가 점점 더 세상을 깊게 알아간다는 뜻이거든.


처음에 도서관 사진을 보고 예일 대학교에 간다고 했다가 과학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MIT에 간다고 했다가, 지금은 칼텍 대학교에 입학해서 스위스에 있는 연구시설인 세른(CERN)에 입사하고 싶다고 한 너의 말들이 너무 뿌듯했어.


물론 네가 말한 대학교에 입학하고 네가 말한 회사에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학과 회사들에 대해 네가 알아가고 있다는 것, 더 넓은 세상에 대해 네가 깨닫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는 감사해. 나의 도움 없이, 오로지 너의 힘으로 말이야.


엄마의 꿈 이야기를 잠깐 해줄게.


엄마가 처음 미래에 대한 꿈을 꾸웠던 건 중학생 때였어. 그땐 엄마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던 거 같아. 엄마는 시골에서 자랐고, 어쩌다보니 주변에 친구도 거의 없었고, 그래서 시간이 남을 땐 항상 텔레비전을 봤거든.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드라마가 재미있었으니까, 그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 그러다가 과학반 활동을 하면서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수학 선생님이나 한의사가 되고 싶었어.


물론 네가 알고 있는 것처럼 엄마는 저 중 어떤 것도 되지 못했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어렸을 때 꿈꿨던 걸 이루지 못하고 살아. 엄마도 그런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고. 엄마가 저런 꿈들을 꿨던 건 엄마가 저런 세상들만 알았기 때문이야. 드라마가 있는 세상, 과학이 있는 세상, 선생님이 있는 세상, 그리고 의사가 있는 세상 말이야.


다른 경험들을 했다면, 그러니까 넓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 많은 일들을 해봤거나 너처럼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이라도 많이 해봤다면 다른 것들을 꿈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지금 다른 일을 하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아쉬움 같은 것들도 들고 말이야.


아주 공부를 열심히 하는 많은 고등학교 형, 누나들이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말들을 해. 교사, 좋지. 보람되고 안정적이고. 그런데 그런 형 누나들이 교사를 꿈꾸는 게 말이야, 진짜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그 중에 교사를 선택한 거라기 보다는, 눈 앞에 보이는 게 교사니까, 경험한 게 교사밖에 없으니까 그런 경우도 많아. 그런 경우는 조금, 아쉽고 안타깝지.


너는 계속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하지. 미국에 아이비리그 투어도 가고싶어하고 유럽에 가서 멋진 도서관 투어도 하고 싶어하고 캐나다에 가서 대자연도 보고싶어하고. 나도 가능하다면, 너와 함께 넓은 세상을 직접 발로 밟아가며 경험시켜주고 싶어. 그래서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는 데 엄마가 도움을 주고 싶어.


하지만 네가 알고 있는 것처럼 엄마는 시간적 여유도 경제적 여유도 없어서, 그런 직접 경험을 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엄마가 너의 꿈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사치는 오로지 책을 사주는 일, 간접 경험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


네가 나중에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될지 궁금해.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넓은 세상을 알고 나서 일을 선택하고, 일을 하면서 설레는 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설레고 기대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자존감을 높이면서, 그러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네가 꿈을 꾸고, 그 꿈들을 다른 꿈들로 바꾸고, 꿈꿨던 것들을 이루면서 사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할 거 같아.


이 편지들을 네가 읽을 날이 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네가 어떤 꿈을 꾸든, 엄마는 온몸으로 너의 꿈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