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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혼을, 남편은 죽음을 고민한다

by 휴지기

수요일 이른 저녁이었다. 남편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저녁밥을 차려주며 여러 차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경기도로 일하러 올라간 남편은 일을 끝내고 원래 지내던 큰 형님 집으로 가지 않았다고 했다. 차 안에서 잤다고 했다. 번개탄을 사가지고 말이다.


남편은 요즘 부쩍 힘들어했다. 야심 차게 벌였던 사업이 2년 전에 망했고, 지금껏 내내 그 일을 수습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2년 동안 남편은 주기적으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는 그래, 이럴 거면 차라리 죽어버려라 싶으면서도 진짜 남편이 죽을까 봐 두려웠다.


남편이 최근 부쩍 더 힘들어한 이유는, 자신의 구질구질 비참한 삶을, 그로 인한 나의 불행을 우리 가족들에게 들켰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말린 결혼이었고, 그래서 나는 잘살고 싶었다. 경제적으로 막 부유하게는 아니더라도 평화롭고 안정되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너무나 불안하고 불안정한, 절벽의 끄트머리에 서있는 것 같은 우리의 삶을 너무나 무서운 방식으로 나의 가족들에게 들키고 말았고, 이 상황을 만든 남편은, 죄책감과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들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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