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서류를 제출하기 이틀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남편이 뭔가 생각난 듯 기대에 차서 말했다.
"나 얼마 전에 아는 형님이 준 루이비통 신발 있잖아. 그거 한 번도 안 신었는데 중고로 팔아볼까?"
남편이 나에게 언제 생활비를 줬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남편이 공사판에서 버는 돈은 족족 남편의 다급한 빚을 갚는데 들어가고 있다. 언젠가 남편은 자신의 콩팥이라도 떼어다 팔아 나에게 돈을 주고 싶다고 했었다.
그런데 콩팥 말고도 자신에게 팔 것이 남아있었으니 남편이 얼마나 신났었겠는가? 남편은 아는 형님들이 많았다. 물론 그 형님들 중 몇이 남편에게 사기를 쳤고 남편이 폭싹 망하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지만, 간혹 좋은 형님들도 없지는 않았다.
남편에게 루이비통 신발을 준 형님은 몇 안 되는 좋은 형님 중 한 명이었다. 그 형님은 남편이 불쌍하다고 아카시아 꿀도 주고 곱창김도 주고 와이프한테 갖다 주라면서 고로쇠 물도 줬다. 명절날에는 우리 아이에게 용돈으로 거금 삼십만 원을 줬고, 남편과 같이 술을 마시면 남편 택시비도 대줬다고 했다.
그 형님이 선물 받은 건데 자기는 사이즈가 안 맞아 안 신는다면서 남편에게 신으라고 줬다고 했다. 무려 루이비통 신발을 말이다.
우리는 다음날 바로 중고매장으로 갔다. 루이비통 신발과 남편이 예전에 다른 형님한테 샀다는 구찌 운동화와 남편이 3년 전 선물로 받은 버버리 셔츠를 가지고 말이다.
나는 중고명품매장에 가면서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이 세 개를 팔면 적어도 백만 원은 나오겠지? 그러면 일단은 코스트코에 가야겠다. 가서 필요했지만 막 꼭 급하게 필요하지는 않았던 것들, 그래서 미처 사지 못했던 여러 물건들을, 예를 들어 쓰레기통이나 냉장고 탈취제, 남편 속옷 같은 걸 사야지. 아 프라이팬도 하나 사야겠다. 지금 있는 프라이팬 코팅이 벗겨져서 자꾸 음식이 들러붙으니.'
중고 명품을 팔아 고작 코스트코에 가서 생활용품을 살 기대에 부풀어 있는 나의 모습이 참, 초라하게 느껴지기는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지금 나의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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