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이 맞지 않는 반찬통
밥 먹을 때마다 네 생각에 웃지.
이건 뚜껑이 안 맞아.
그냥 덮어 봐. 살짝 걸리는 데가 있을 거야.
남편은 반찬통 뚜껑을 덮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딸이 맞대. 그 애가 맞다면 맞는 거야.
딸은 며칠 전에 다니러 오면서 큰 가방 하나 가득 반찬통과 김치통을 가져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깔깔거리면서 떠들다가 만들어 놓은 반찬을 싣고 떠난 후였다.
차곡차곡 꺼내던 통들 속에 언뜻 낯선 통이 보였다.
밀폐용기가 분명했는데 밀폐와는 상관없이 살짝 덮여 있는 것은 통이 내 것인지 뚜껑이 내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전화로 물어보니 내 것이 맞단다.
그러면 왜 뚜껑이 안 맞느냐니까. 맞단다.
덮이는 것이 그것 하나라면서.
시어머니 반찬통이랑 뚜껑이 바뀐 것이 아니냐 물으니 부득불 아니란다.
사실 사돈댁 김치통과 반찬통이 섞인 지는 오래되었다.
안사돈과 안부인사를 주고받으면서도 우리는 섞인 반찬통에 대해서는 모르는 체했다.
이건 제 뚜껑이 아니야.
알아 안다고. 그런데 난 그 반찬통이 좋아.
딸이 우기잖아. 맞다고.
깔깔거리는 나를 보며 남편도 껄껄 웃는다.
강하지만 고집스럽지 않았던 딸이 맞다면 맞는 거다.
우기기도 할 만큼 느슨해지는 이쁜 새댁이어서
굳이 살짝 걸리는 반찬통을 애용하는 나는 오늘도 환하게 웃으며 시작한다.
현관에서 소리친다.
엘리베이터 올라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