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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Oct 22. 2024

이야기로 만들다. 10

골룸이 되다.


술상이 쪽마루 쪽에서 날아왔다.
부목을 나르는 남편이 간조날이라서  늦을 줄 알았는데, 웬일로 해가 아직 중천인데 인부 두 명과 막걸리 잔을 앞에 놓고 앉아 뭔가 어수선한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작은 양은 쟁반에는 아침나절에 올케가 저녁에 먹으라며 싸준 김치 한보시기가 그릇째 올라 있었고 벌써 반이나 비어 있다.
나는 대뜸 김치 그릇을 들어내면서 저녁에 먹을 찬거리라고는 이것 하난데 다 가져다 먹으면 어쩌냐고.
 김치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는 내 뒤로 양은 소반이 째지는 소리를 내며 내던져진 것이다.
 이럴 때는 무조건 도망이다.
 뒷문을 통해 재빠르게 윗 집 사슴농장 쪽 담 밑으로 난 개구멍을 통해서 밖으로 탈출했다.
 몸피가 작기도 했지만 나는 몸이 쟀다.
 약이 오른 남편의 붉어지는 얼굴을 보고 나니 저녁 하기는 글렀다.
골목에서 상 엎는 소리를 들은 첫째가 나를 흘겨본다.
" 동생들이랑 저녁 챙겨 먹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는 골목을 빠져나와 올케네로 향한다.
오빠가 오기 전에 얼른 가야 한 술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 테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밥이 들어온다.
조금 전에 쟁반을 들고나가는 것 같더니 또 한 끼가 들어오는가 보다.
방귀가 나와야 나도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힘을 줘도 방귀는 나올 생각이 없는가 보다.
 어!
 나왔다. 소리 없이.
 나도 이젠 밥 먹을 수 있겠다.
 젠장!
 간병인이 보이질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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