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51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새벽 그림

아비는 오늘도.......

by 날개 Feb 16. 2025
아래로

한낮의 버스 안.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듯 한 남자는  내게 들켰다.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을 주시하며 계속 흔들어 대는 고개가 그러했으므로.
빈 좌석이 생기자 제 몸뚱이의 반도 되지 않는 늙은 아비를 밀치고 털썩 커다란 엉덩이를 아무렇게나 던진다.
더 아무렇지 않은 아비는 남자가 앉은 좌석에 붙어있는 손잡이를 잡고 커다란 아들의 아무렇지 않은 행위를 재빠르게,  몸뚱이랄 것도 없는 자신의 몸으로 될수록 많이 가린다.
아니 감춘다.
 
어제 새벽 울먹이는 신 씨의 전화가 생각났다.
응급실에 딸을 데리고 왔는데 아무래도 오후에 출근할 수 있겠다고.
상황에 따라 일 보시라며 통화를 마치며 눈은 아직 밝아 올 생각이 없는 어둠 너머 일출을 찾았다.
눈이 온다고 했었나?
신 씨는 스스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딸을 보살피고 있다.
딸은 2년 전에 자신에게 유전병을 남겨놓고 먼저 간 엄마의 빈자리에 아예 자신을 방치했다.
오락가락하는 정신에 스스로 건사하지 못한  몸이 더는 견뎌내지를 못한다고 한다.
신 씨는 아내를 보살폈던 경험이 있었음에도 매번 허둥거려진다며 말을 흐리곤 했다.

엄마였던 아비는.

운다.

한없이 울고 있다.

웃는다. 기운 없이.

한없이 웃고 싶다는 작은 소망 하나.

그러나 들키고 말았다.

못 본 척했다.






 









작가의 이전글 새벽 그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