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꽤나 먹었지만 아직도 처음인 일들이 있다. 인터뷰도 그렇다. 그동안 책과 잡지에서 수많은 인터뷰 글을 읽어왔지만 인터뷰어가 되어 보는 것은 처음. 누구를 인터뷰할 것인가, 우선 그것부터 고민이었다. 궁금하지만 친분이 없는 사람을 섭외하는 것은 자신이 없기도 했고, 사전조사 시간도 부족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지인들 중 누구를 만날 것인가...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는 내 주변에 가장 많은, 평범한 엄마들 중에 찾아보기로 했다. 특히 전업주부생활을 오래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돌봄이 여전히 나의 관심사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은 목소리를 낼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집에 있다는 것이 결코 노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이라고 일갈해 주신 고 정아은 작가님, 감사합니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자괴감과 불안감을 그들은 어떻게 해소하고 있을까. 전업주부가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예전 회사 선배를 인터뷰하기로 하고 연락을 했다. 알고 지낸 시간은 20년이 넘어가지만 잘 모르는 내면도 있을 것 같았고, 평소 그냥 나누는 수다와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선배는 흔쾌히 수락했고, 인터뷰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단박에 '멋지다!'라고 말해주어 힘이 났다.
만나기로 한 사당역 인근 카페를 검색해 조용하다는 평이 있는 곳을 찾아갔다. 사람이 적어 좋았으나 뜻밖에 음악소리가 커서 사장님께 볼륨을 좀 줄여주십사 부탁드렸다. 인터뷰란, 역시 신경 쓸 것이 많은 일이다. 평소와 달리 진지하게 대화를 해야 하다 보니 처음에는 서로 약간 어색했지만, 질문이 이어지며 시간이 훌쩍 흘러가 잘 마무리된 느낌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되어 만나니. 알던 사람이지만 새로운 감각과 생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인터뷰의 묘미인가. 감상은 잠시, 집에 돌아와 녹취를 풀어보니 분량이 어마어마...이걸 어떻게 정리할지 아찔했다. 오며 가며 컴퓨터를 노려보기만 하고 손을 대지 못한 채 하루가 갔다. 글쓰기 선생님이신 엄작가님을 포함하여 인터뷰를 전문으로 하는 모든 분들께 새삼 존경심이 샘솟았다. 어느 정도 흐름을 잡고 질문을 준비해 갔지만, 누군가의 사적인 이야기를 내 손을 통해 공개한다는 부담감에 무엇을 넣고 뺄 것인지가 가장 고민이었다. 물론 내 글을 그리 많은 사람이 읽을 것은 아니라 해도, 시간과 마음을 내어 준 인터뷰이에게 폐가 되면 안 될 일이 아닌가. "엄마 한 개인의 고유한 입체성과 역사성을 내가 잘 받아 적고 있는 것일까."(김소영 외, <니는 딸이니까 니한테만 말하지> p.119)라는 문장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정리를 해 나갔다. 내가 만난 사람의 인생 일부를 글로 옮긴다는 무게감이 느껴지면서도, 방대한 대화가 글의 꼴을 갖추어 가는 과정이 뿌듯했다.
글쓰기 수업 중 가장 까다로운 도전이었지만, 그만큼 생각이 많아지게 한 과제였다. 단지 글을 쓰는 일을 넘어 사람을 만난다는 일에 관해서. 그동안 읽은 인터뷰 글들이 다르게 보이기도 했고,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선배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그리 대단한 사람은 없다', '그냥 사는 사람은 없다'(은유, <아무튼, 인터뷰> p.51. 전자는 인터뷰어 이진순의 말이라고 한다)라는 문장을 언급했다. 현실에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이 많고,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드라마를 갖고 살지 않나. 인터뷰란 그것을 발굴해 독자에게 전하는 일이 아닐까, 겨우 한 번의 경험이지만 감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