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에 이르렀습니까
그 말이 닿는 순간, 내면 깊숙이 가라앉아 있던 파문이 서서히 퍼져나갔다.
오래된 기억들이 잔영처럼 떠올랐다가 물비늘 아래로 가라앉고,
시간은 조용히 퇴적되어 무게를 잃어갔다.
죽음은 이행인가, 소멸인가.
평안은 도달해야 하는 경지인가,
아니면 우리가 덧칠한 가장 정제된 허상인가.
나는 그 말을 물 위에 띄웠다.
잔잔한 물결이 그것을 품다가도 밀어냈고,
침잠할 듯 머뭇거리면서도 끝내 가라앉지 않았다.
희미해지지 않는 것, 사라질수록 선명해지는 것,
멀어질수록 가까워지는 것,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것.
평안은 우리를 지나치는가, 아니면 처음부터 우리 안에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