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강변에는 볼품없이 생긴
수양버들이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
강을 향해서만 얼굴을 내민 채,
강을 향해서만 잔뜩 허리를 구부린 채,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은지 깊은 사색에 빠져있다
비록 몸은 굴절되었지만
사계절 내내 푸르른 자태는 변치 않는 의리의 색깔
지향하는 바는 오직 강에 대한 그리움, 한없는 사랑
오늘도 남몰래 강변가 수양버들을 찾은 까닭은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조용한 강물에 심신을 떠맡긴 채
나무의 사색에 동참하려는 뜻에서다
평소와 달리 왠지 시끌벅적한 생각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겨우내 품었던 봉우리에서 귀여운 버들강아지들이
삐쭉삐쭉 돋아나 수양버들 가족에게 경사가 났다
한겨울에 구경하는 신비로운 꽃구경에 넋이 나간 사이
어느덧 뉘엿뉘엿 저물어가던 태양이
짙붉은 석양빛을 강물 위에서 작렬하는 순간
이 황홀한 광경 앞에서 북받치는 충만감에 가슴이 뜨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