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깊은 상념에 빠지듯이
누구나 고향의 향수는 있다
내 고향 맥도에는 초가집 지붕 위에 주렁주렁 박들이 걸려있고
그 박으로 만든 바가지로 채 짠 기가 걸러지지 않은
앞마당의 우물물을 마시던 추억이 있다
막 추수를 끝낸 들판에서 한나절 내내 공을 차며 친구들과 뛰어놀다가
석양이 질 때 즈음 몇 번이나 밥 먹으러 오라는
엄마의 고함소리를 듣고서야 마지못해 집으로 향하던 추억이 있다
이제는 한 겨울에도 온 들판이 푸르름으로 가득 찬
보리밭을 바라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들판도 그대로 있고
뒷 강을 붉게 물들이던 석양의 노을도 그대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