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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앤 Jun 11. 2022

잃어버린 목걸이

 “신랑, 목걸이가 없어졌어. 병원에서 검사받을 때 환자복 주머니에 분명 넣어 두었는데 검사 끝나고 꺼내지 않았나 봐. 어떻게 해? 그게 어떤 목걸인데? 엉엉엉”

목걸이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부터 터져 나온 울음은 한동안 그칠 줄 몰랐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첫 아이를 임신하고 요도에 문제가 생겨 종합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임신 6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늘어난 자궁 때문에 요도가 눌려 문제가 생긴 것이다. 새벽 2시쯤 근육이 뒤틀리고 찢기는 듯한 엄청난 복통에 사색이 되어 신랑을 흔들어 깨웠다.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신랑은 걱정 가득한 마음을 안고, 나는 눈물로 얼룩진 모습을 하고 대전의 큰 병원을 향해 달렸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걱정과 불안과 고통으로 지새운 새벽이었다.


 엑스레이 촬영을 한다고 해서 목걸이를 풀어 환자복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도 목걸이가 없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 늘 하던 것이니 당연히 목걸이는 목에 걸려 있을 거라 생각했다. 샤워를 하다 언뜻 목을 만져보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목걸이가 없었다. 연애시절부터 줄곧 목에 걸고 있었고, 사랑의 표식과도 같았던 목걸이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목걸이 행방을 찾아 몇 시간 전으로 기억을 되돌려 보았다. 어디서 잃어버린 것일까? 환자복에서 목걸이를 꺼내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환자들이 벗어놓은 옷은 수거함에 그대로 담겨 세탁실로 옮겨질 텐데 대체 그 목걸이를 어떻게 찾느냔 말이다. 종합병원이라 하루에도 몇 백명의 환자들이 벗어놓은 환자복을 세탁하고 할 텐데. 이건 뭐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도 아니고.


 신랑은 주저앉아 우는 나를 안고

“괜찮아, 괜찮아! 내가 다음에 더 비싸고 예쁜 걸로 사줄게. 이렇게 스트레스받고 그러면 더 아플지 몰라”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나를 향한 자책은 멈출 수 없었다. ‘환자복을 한 번만 더 살펴보았더라면, 아니 검사받기 전에 신랑한테 미리 목걸이를 맡겼더라면’ 하는 후회가 끝없이 밀려왔다. 이후로도 행방불명된 목걸이는 시시때때로 머릿속을 파고 들어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잊혔다가 생각이 났다가, 속상했다가 괜찮아졌다가... 목걸이를 둘러싼 수많은 감정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내 안에서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연애시절, 신랑은 5주년 기념일을 맞아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어 했다.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야심 차게 준비한 선물은 서로의 이름이 새겨진 금목걸이였다. 당시 연인의 영문 이름이나 이니셜을 새긴 목걸이를 하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었고 우리도 그 유행에 편승한 수많은 연인들 중의 하나였다. 공주에 살던 신랑과 수원에 살던 나는 귀금속으로 유명하다는 서울 종로까지 찾아갔다. 좀 더 저렴하고 예쁜 목걸이를 맞추겠다고 두 시간 넘게 발품을 팔았다. 연인의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를 걸어주며 서로 더 많이 생각하고 사랑하자는 닭살스럽고 애정 어린 약속까지 했다.


 액세서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을 불편해하던 나였지만 그 목걸이만은 마치 본래부터 한 몸인 것처럼 항상 걸고 다녔다. ‘금’이라는 물질적 가치를 떠나 그 목걸이는 우리 사랑의 증표 같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물건이었다. 그런 특별함 때문인지 목걸이를 잃어버린 것은 내게 단순히 비싼 물건을 분실한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우리가 예쁘게 만들어온 사랑의 하트 어느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것 마냥 마음 한구석이 쓰라렸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듯 헛헛한 마음까지 들었다.




 내 이름이 새겨진 신랑 목걸이는 짝 잃은 외기러기처럼 보석함 안에 덩그러니 홀로 누워있다. 목걸이를 분실한 이후로 신랑도 커플 목걸이를 하지 않는다. 볼 때마다 잃어버린 목걸이가 생각나서 내가 많이 속상할 거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혼자서만 하는 커플 목걸이는 아무 의미가 없단다. 신랑은 남아있는 자기 목걸이 팔아서 마음에 드는 귀걸이나 목걸이 하나 사라는데 그것도 영 내키질 않는다. 그의 목걸이에 새겨진 내 이름까지 잃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목걸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 놓으려니 묵었던 한숨까지 곱절로 터져 나온다. 정말 주머니 속 내 목걸이는 어디로 간 걸까?



목걸이에 새겨진 너의 이름은 잃어버렸지만 온전한 모습으로 너는 여전히 내 곁에 존재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제 더 이상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목걸이를 생각하며 한숨짓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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