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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앤 Mar 25. 2022

별사탕 도난 사건

(별에 얽힌 두 번째 별별 이야기)

별에 얽힌 또 하나의 별별 이야기는
뽀빠이 과자 봉지 안에 담겨있다.


 어린 시절 작은오빠와 나는 뽀빠이 과자 속 별사탕을 서로 더 많이 갖겠다고 말다툼은 물론이거니와 몸싸움까지 불사했다. 운 좋게 별사탕이 짝수로 똑 떨어지면 우리에게 평화가, 재수 없게 홀수로 떨어지면 전쟁 같은 시간이 찾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무수한 충치균을 양산하고 건강에도 안 좋은 설탕 덩어리 하나 더 먹겠다고 왜 그렇게 오빠와 주먹다짐을 했는지 모르겠다. 하기야 오빠와 나는 별사탕이 아니더라도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고 쌈닭처럼 피 터지게 싸워댔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식탐을 자랑하던 나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언니 오빠들과 매번 음식 쟁탈전을 벌이다 보니 먹는 것에 더 집착하게 되었. 다섯 남매들 틈에서 악착같이 먹고살아 보겠다고 자그마한 별사탕 하나에도 그렇게 목숨 걸고 싸웠나 보다.  먹을 것이 차고 넘치는 지금이야 별사탕 하나가 뭐 대수겠냐만 어린 시절 뽀빠이 별 사탕의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적어도 나, 아니 우리(오빠와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그랬다. 


 어린 나에게 뽀빠이 과자 봉지 안에 들어있던 별사탕은 단순한 간식거리를 넘어선 그 이상의 것이었다. 대부분의 별사탕은 내 입속으로 들어가 버렸지만 그중 몇 개는 작은 유리병 안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행여나 오빠에게 유리병의 정체를 들킬세라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듯 보물상자 안에 꽁꽁 숨겨놓았다. 식탐 많은 내가 먹고 싶은 마음 꾹꾹 참아가며 별사탕을 모아 두기까지는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별사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뚜껑 열린 유리병만 처량하게 나동그라져 있었다. 보물상자에 차곡차곡 모아 둔 젤리와 사탕까지 모조리 다 털려버린 것이다. 그것들을 모으기 위해 쏟아부었던 그동안의 정성인내심은 허망함과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나는 패배감에 휩싸인 패잔병 마냥 비참한 심정이 되어 천장까지 뚫을 기세로 대성통곡을 했다.


엉엉엉, 으아앙, 꺼억꺼억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한 기분이었다. 여차 저차 하여 별사탕의 범인은 밝혀졌지만 작은오빠의 뱃속으로 들어간 보물들이 내게 다시 돌아올 리 없었다. 생것을 탐하는 비열한 도둑 신세가 되어버린 오빠는 엄마의 빗자루 세례를 받으며 눈물 콧물 다 쏟아냈다. 

 "이놈아! 너는 오빠가 돼가지고 어디 가져갈 게 없어서 동생것에 손을 대냐?"

화가 많았던 엄마는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죄다 끌어모아 분풀이라도  오빠를 잡아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미안한 마음도 들고, 맞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오빠의 보복이 두렵기도 하고... 어린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웠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마구 뒤섞인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뽀빠이 과자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별사탕 도난 사건과 처절한 빗자루 응징으로 웃픈 결말을 맞았다. 이번 일은 오빠가 완벽한 가해자였지만 독 막내딸을 예뻐했던 엄마 아빠의 편애로 인하여 오빠는 종종 억울한 가해자되곤 했다. 오빠는 어른이 된 지금도 어렸을 때 맨날 나만 혼나고 나만 맞았다며 울분을 토한다. 쓰고 보니 삼십여 년 전 그날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여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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