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사람, 관계
165. 중동 직장에서의 예의와 의사소통 방식
중동의 직장에서 하루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오가는 것은
업무가 아니라 인사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누는 짧은 안부는
형식이 아니라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처럼 느껴집니다.
급한 안건도 그 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쉽게 말을 얻지 못합니다.
이곳에서 말은 속도를 타지 않고,
마음의 온도를 먼저 확인한 뒤에야 앞으로 나아갑니다.
의사소통은 직선보다 곡선에 가깝습니다.
바로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숨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체면과 자리를 배려하며 돌아가는 길을 택합니다.
부탁은 명령이 아니라 여지를 남긴 제안으로 전해지고,
거절 역시 단번에 닫히기보다 천천히 멀어집니다.
그 사이에 상대를 존중한다는 신호가 조용히 놓입니다.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설명할 때도 있고,
고개를 끄덕이는 한 번의 움직임이 긴 문장보다 깊게 남습니다.
중동의 직장에서 예의란 규칙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는 태도처럼 보입니다.
일을 앞세우기보다 사람을 먼저 세우면,
일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믿음이 흐릅니다.
우리의 일터에서도 말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상대의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다면,
의사소통은 설득이 아니라 신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대화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존중이라는 길 위에 놓였다면, 그 말은 이미 제자리를 찾고 있으니까요.
사진: Unsplash의SERHAT TU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