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이 전하는 365일의 지혜 (18)

문화, 사회, 역사

by Sungjin Park

18. 사우디 건축물에서 읽는 권력과 인간


사우디의 건축물들은 사막 위에 세운 돌과 강철의 형상을 넘어

이 땅의 권력과 인간의 마음이 함께 새겨진 거대한 주석처럼 서 있습니다.


웅장한 외형 속에는 시대의 꿈과 두려움이 고요한 결을 이루며 흐르고

그 그림자 속에는 사람들의 숨결과 소망이 조용히 깃들어 있습니다.


수도 리야드의 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를 때

그 아래에는 한 나라가 미래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숨겨져 있습니다.


모래먼지 부는 땅에서 시작된 작은 왕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려는 마음.


그 마음이 유리와 철근을 통해 빛과 응답을 얻듯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이 높이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잊곤 합니다.


그래서 사우디의 오래된 건축물들은 말없이 균형을 일깨워 줍니다.


흙벽돌로 쌓아 올린 고대의 성곽.

바람을 품은 채 서 있는 고향 마을의 전통 가옥.

그곳에서는 높이가 아니라 깊이가 사람을 지탱해 준다는 오래된 가르침이 묻어납니다.


모스크의 아치형 기둥과 돔은 권력의 상징이기 전에 인간의 마음을 위한 쉼터였습니다.


기도를 드리는 이들의 숨결이 모여 천장의 곡선을 따뜻하게 채우고

거대한 공간 속에서도 사람은 너무 작지 않다는 감각이 천천히 되살아납니다.


신 앞에서 모두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은

건축이 인간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품기 위해 존재한다는 오래된 지혜를 건넵니다.


사우디의 건축물들을 바라보면 권력은 돌에 새겨지고,

인간은 그 돌 사이를 흐르는 바람처럼 스며 있습니다.


높이에서 힘을 읽을 수 있고,

그늘에서 사람의 마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막의 건축은 오늘도 조용히 말합니다.


사람이 만든 구조물은 언제나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권력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수 있지만 존엄과 겸손은 언제나 땅에 두 발을 딛고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만 그 위에 지어진 모든 것이 시간과 바람을 견딜 수 있다고요.


사우디 전통건축물.jpg

사진: UnsplashVantage Point Photograp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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