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환경, 삶의 지혜
316. 자연과 함께한 하루의 무게
자연과 함께한 하루의 무게는,
많은 일을 해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살아냈기 때문에 남습니다.
바람의 방향을 느끼며 걸었던 시간,
햇빛의 높이를 보며 속도를 조절했던 순간,
말없이 스쳐 간 풍경들이
하루의 끝에서 조용히 어깨 위에 올라앉습니다.
그 무게는 피로와는 다르고, 성취와도 다릅니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천천히 스며들며 남긴 흔적에 가깝습니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게으르지 않습니다.
해는 정해진 시간에 오르고,
그림자는 말없이 길어지며,
풀잎은 제 몫의 바람을 견뎌냅니다.
그 곁에서 보낸 하루는 우리에게 묻지 않습니다.
얼마나 해냈는지, 얼마나 앞서갔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의 호흡이 자연의 리듬과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조용히 되돌려줍니다.
그래서 자연과 함께한 하루는 가볍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을 누르지 않습니다.
자연과 함께한 하루의 무게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오늘이 조금 느렸어도 괜찮았다고 인정하는 일입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했고,
멀리 가지 않아도 깊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루를 내려놓을 때,
마음에는 설명할 수 없는 평온이 남습니다.
무겁지만 버거운 무게가 아니라,
내일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버팀이 되는 무게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