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사색의 메시지
361 판단 이전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이해의 틀
사막의 언덕 위에 서면,
발걸음보다 마음이 먼저 길을 읽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모래의 결과 바람이 흐르는 방향,
그리고 멀리 희미하게 빛나는 오아시스까지.
우리는 아직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았지만,
이미 세상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판단은 늘 뒤늦게 따라오고,
이해의 틀은 보이지 않은 채 조용히 세계를 떠받칩니다.
아랍의 밤, 별빛이 사막 위에 내려앉는 순간,
그 틀은 더욱 또렷해집니다.
우리는 선택하기도 전에 익숙함과 낯섦을 가르고,
마음속에 그려진 지도 위에 세상을 펼쳐 놓습니다.
판단은 그 위에 잠시 드리워지는 그림자일 뿐입니다.
틀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그 틀은 사막의 바람처럼 말이 없지만,
삶을 묵직하게 움직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그 위에서 중심을 잃지 않습니다.
판단 이전의 이해가 이미 우리를 감싸 안고 있고,
그 안에서 마음은 서두르지 않고 숨을 고릅니다.
사막과 별빛 사이, 오아시스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걸음은
판단보다 먼저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는 그 틀 위를 지나갑니다.
그 틀을 자각하는 순간,
삶은 한결 깊어지고, 고요는 우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