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사색의 메시지
362 선택하지 않음 또한 하나의 선택이 되는 조건
사막의 한낮,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에도
길은 조용히 말을 겁니다.
앞으로 나아갈지,
머물 것인지,
혹은 아무 방향도 택하지 않을 것인지.
그러나 때로는 선택을 하지 않는 일이야말로,
가장 깊은 응답이 됩니다.
바람이 멈춘 듯한 순간에도
모래는 이미 다음 자리를 향해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것도 고르지 않은 그 공백 속에서,
방향은 이미 형성되고 있습니다.
아랍의 오아시스 앞에 서 있을 때
우리는 손을 뻗지 않습니다.
물을 마실지, 그늘에 들지, 다시 길을 나설지
결정하지 않은 채 잠시 서 있습니다.
그러나 그 머묾은 비어 있지 않습니다.
결정하지 않겠다는 태도 자체가,
선택의 윤곽을 천천히 드러냅니다.
판단을 유보하는 순간에도 의식은 숨을 쉬고,
삶은 보이지 않는 틀 위에서 흐름을 이어 갑니다.
선택하지 않음은 회피가 아니라,
고요 속에서 중심을 가다듬는 방식입니다.
사막이 한낮의 침묵으로 스스로를 지탱하듯,
마음 역시 그 침묵 속에서 균형을 회복합니다.
결국 아무것도 쥐지 않은 손이,
삶의 무게를 가장 바르게 나눕니다.
선택을 미루는 시간조차 우리는,
자신과 세계를 향한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막과 별빛, 바람과 모래 사이에서
선택하지 않음의 깊이를 알아차리는 순간,
마음은 더 낮고 조용한 자리에서,
비로소 자신의 중심을 만납니다.
사진: Unsplash의Alex Molis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