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udi Business Law. 제6부 계약법과 상거래 실무
Cases Where Contracts Become Ineffective in Disputes
사우디에서 계약을 체결한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이 가장 당황하는 순간은 분쟁(Dispute)이 발생했을 때다. 계약서(Contract Document)를 꼼꼼히 작성했고 서명(Signature)도 완료했는데, 분쟁 과정에서 그 계약이 기대만큼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실제로 적지 않게 발생한다. 이는 계약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 사우디 비즈니스 로(Saudi Business Law)에서 계약이 작동하는 기준이 서구와 다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사례는 계약 목적이 샤리아에 위배되는 경우(Sharia Non-Compliance)다.
계약 내용에 이자 지급(Interest, Riba)이 전제되어 있거나, 손익 구조가 지나치게 불확실한 거래(Uncertainty, Gharar)로 판단되면 계약은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Invalid)로 처리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Court)은 계약서에 명시된 합의보다 종교적·윤리적 기준(Religious and Ethical Standards)을 우선한다. 계약 당사자가 실제로 그 조건에 동의했는지는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두 번째 사례는 계약 당사자에게 권한이 없는 경우(Lack of Authority)다.
회사 대표라고 해서 모든 계약을 체결할 권한(Signing Authority)을 갖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에서는 회사의 정관(Articles of Association), 이사회 결의(Board Resolution), 라이선스 범위(License Scope)에 따라 계약 권한이 제한된다. 이러한 내부 권한 구조를 벗어난 계약은 분쟁 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외국 기업의 경우, MISA 라이선스(MISA License)에 명시되지 않은 사업과 관련된 계약은 쉽게 무력화된다.
세 번째 사례는 계약서와 실제 거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Mismatch Between Contract and Performance)다.
계약서에는 특정 조건이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 경우다. 사우디 법원은 계약서 문구(Text of the Contract)보다 실제 이행(Actual Performance)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계약서는 참고 자료로 전락하고, 거래 관행(Business Practice)과 당사자의 행동(Conduct of the Parties)이 판단 기준이 된다.
네 번째 사례는 선의 원칙 위반(Breach of Good Faith)이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숨기거나(Hiding Material Facts), 상대방의 오해를 이용한 경우(Misrepresentation), 계약은 형식적으로 유효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무효화될 수 있다. 사우디에서는 계약이 공정하게 체결되었는지(Fair Formation)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계약 전체가 신뢰를 잃는다.
다섯 번째 사례는 지나치게 불공정한 조항(Unfair or Excessive Clauses)이 포함된 경우다.
손해배상(Liquidated Damages)이 과도하거나, 해지 권한(Termination Right)이 일방에만 집중된 계약은 샤리아의 공정성(Fairness)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해당 조항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거나, 조항 자체를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약의 효력을 조정한다.
여섯 번째 사례는 공공질서 및 행정 규제 위반(Violation of Public Order or Administrative Regulations)이다.
사우디화 정책(Saudization Policy), 외국인 투자 제한(Foreign Investment Restrictions), 특정 산업 규제(Sectoral Regulations)를 위반한 계약은 당사자 간 합의와 무관하게 효력을 잃을 수 있다. 이는 계약이 사적 합의이면서 동시에 국가 질서(Public Order)의 일부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사우디에서 계약이 무력화된다는 것은 계약서가 쓸모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계약이 법적 문서(Legal Document)이기 이전에 허용된 거래 구조(Permissible Transaction Structure) 안에 놓여 있는지를 다시 점검하는 과정에 가깝다.
계약은 법, 종교, 행정이라는 세 개의 기준을 동시에 통과해야 비로소 분쟁 상황에서도 힘을 갖는다.
결국 사우디에서 분쟁 시 계약이 무력화되는 사례는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사우디 비즈니스 로(Saudi Business Law)의 작동 원리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면이다. 계약서를 신뢰하되, 계약서만을 신뢰하지 않는 태도. 이것이 사우디 계약 환경에서 가장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