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돌이켜보면 나는 한동안 불평쟁이였다.
매일매일 기계처럼 생산해내야 하는 기사, 그럼에도 조회수가 나오지 않으면 내 일을 다 하지 못한 것 같은 불안감, 매일 만나는 사람들, 특히 감독, 선수들과 만남에서 오는 갈등과 마찰 등 나를 괴롭히는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2010년 대학교 졸업 때까지 쌓은 교양과 지식들을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1년 동안 다 쏟아내다보니 이제는 다 떨어져서 머리가 텅 비어버렸다면서 오종종거리고 다녔다. 사람들의 많은 위로에도 나아지는 건 없었고 나는 계속 멈춤, 혹은 퇴화 버튼이 눌리는 나 자신에 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석 달여의 휴식이 나에게 여유를 준 것일까. 아님 역시 지나간 것은 미화되기 마련일까. 나는 어느 순간 짧고도 좋았던 기억들 몇 가지들을 되새기기 시작했다. 더그아웃에서 오랜만이라며 반겨주는 선수, 코치, 감독들. 그리고 구단 직원들의 인사가 그리워졌다.
선수들이 싫어하는, 필요하지 않아하는 기사도 많이 썼지만, 이것 좀 써주시면 안 되나요.. 라며 쭈뼛거리는 선수들의 기사를 기꺼이 써주고 서로 기뻐했던 기억도 있다. 묻혀도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쓴 기사가 빵 터져서 많은 조회수로 이름을 남겼던 추억까지도 기쁘게 돌아온다.
"야구기자면 매일 야구장에 나가?" "매일 선수들 만나?"라며 부러워하던 사람들을 상대로 조금은 우쭐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나는 굳이 "그게 뭐가 좋냐? 너무 피곤해"라며 부정적으로 반응했을까. 이제는 조금씩 후회도 된다.
브런치에 낸 글에서도 11년 동안 접한 야구에 대한 기쁨과 감사보다는 슬픔과 푸념이 많았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 기뻐하자. 그리고 앞으로는 야구장에서도 조금이나마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