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별을 빙자한 버림

우월감은 널 고립 그 자체로 만들걸

by 박관민

떠남은 반복되고 떠남을 자처하고 떠남을 맞이하는 순환 연결 고리가 계속 돌고 돌아 몸에 감겨 날 얽매이기까지 시간은 10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아날로그 방식도 아니라 얼굴을 마주하고 이별을 고하는 게 당연하거늘 전화도 뭐야 SNS로 떠남을 통보하는 건 일상이 되었으니 이제 안 보면 그만이다라는 식 그렇게 쌓아온 시간은 길고도 길지만 시간의 끈을 밟고 질식하게 만드는 건 오고 가는 말풍선 2-3개면 끝난다


떠남을 맞이하고 떠나보낸 상대방에게 난 그 누구보다 잘 살겠다고 다짐하고 자신의 의식 속에 상대방을 계속 투영하고 의식하며 삶을 치열하게 살며 보란 듯이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우월감에 젖어 성장을 채찍질하는 건 모든 사람이 똑같나 보다

참으로 어린 생각 상대는 널 버렸다는 걸 잊지 말아라 그렇게 살다 보면 많은 경험과 감정에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건 100% 동의한다 하지만 떠남을 전해주는 사람은 널 잊고도 똑같이 아니면 그 이상에 삶을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구차하게 기억하려 애쓰지 말고 고립되지 말고 온전한 본인의 삶을 그때 기억은 그 시간대에 버려두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목 매어 삶을 쫓아가고 쫓아가다 부딪히면 원망에 대상을 만들어내고 원망하고 또 원망하다 그 원망이 본인에게 돌아와 심장을 타고 혈관 끝까지 오만했던 죄를 씻겨내려는 고통을 느낀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물론 이별로 성장하는 삶도 이별을 맞이하고 더 단단해진 사이도 있고 나 또한 그런 경험이 많지만 우리 모두가 이런 경험을 간절하게 바라는 건 아닌가?

이별을 마주하고 성장하는 본인과 그 이후에 본인 성장으로 인해 이별을 고했던 상대방이 무너지는 삶 또는 경험이 약이 되는 삶 그 또한 멋지다고 할 수 있지만 인생은 언제나 결과의 값은 미지수이니 본인이 지킬 수 있는 그리고 넓힐 수 있는 감정은 그대로 느끼며 본인의 삶을 살아갔으면

우월감이 넘쳐흐르면 고립 그 자체로 변해버려 하찮아짐을 기억하길 나 또한 기억하고 살아가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좋아함을 반복하면 닳아질 거야